철저히 제정신 








"엄마, 민들레도 하얀 색 있어?"



4월의 끝자락에 봄나물의 제왕을 탐하는

식욕이 참 쓸쓸하다, 적막한 식욕

뭉개지는 메밀묵 말고, 씹혀서 착착 감기는 두릅

마디 굵은 사투리 말고, 가시처럼 뾰족한 서울말 


두릅 나무는 싹을 틔워 장미를 피우니

두릅 가시는 장미 가시의 환생이고

가시와 릴케는 상관관계일 뿐, 인과관계는

백혈병에서 찾아야 한다


살려고 오지만 죽어서 나가지, 이곳은


지금이라도 정신 줄을 놓을까 두려운 나는 아무튼,

지금은 철저히 제정신, 적막한 식욕이 그 증거다 

식욕이란 원래 그런 것, 아무리 씹어도 돌고 돌 뿐

저승길까지 함께할 것이다, 쓸쓸하게도




"엄마, 두릅 맛이 초록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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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적막한 식욕>

이성복, <K와 프리이다의 첫 번째 성>

릴케, <말테의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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