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肝
오늘의 간은 얇고 넓다
그래도 끝이 뾰족한 것이 엄연한 간
정성껏 저민 퍽퍽한 잿빛 간에다
당면 가득한 핏빛 순대를 싸 먹는다
부르고뉴 와인맛은 모르지만
부르고뉴 와인빛 버건디 순대를 좋아한다
그 녀석, 무례했지
없는 버르장머리 때문에 잔뜩 부어오른 핏빛간을 저며
부르고뉴 와인에 적셔 먹었지, 대장에 말아서 말이야
대장과 간은 가까워 전이가 불가피하다
원격조정은 필요없다, 간을 지켜, 간을!
코카서스 산맥에서 도망쳐 온 토끼처럼
제우스한테 혼쭐난 프로메테우스처럼, 간을!
다시는 용궁에 떨어지지 않도록
다시는 독수리한테 쪼이지 않도록, 간을!
오늘의 간은 아무래도 너무 얇다
쌈 싸 먹기 딱 좋은 잎채소 모양의 간
간엽에 말린 핏빛 순대의 맛,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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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간>. / <양들의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