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肝

 

 

 

 

오늘의 간은 얇고 넓다

그래도 끝이 뾰족한 것이 엄연한 간

정성껏 저민 퍽퍽한 잿빛 간에다

당면 가득한 핏빛 순대를 싸 먹는다

부르고뉴 와인맛은 모르지만

부르고뉴 와인빛 버건디 순대를 좋아한다  

 

그 녀석, 무례했지

없는 버르장머리 때문에 잔뜩 부어오른 핏빛간을 저며

부르고뉴 와인에 적셔 먹었지, 대장에 말아서 말이야

 

대장과 간은 가까워 전이가 불가피하다

원격조정은 필요없다, 간을 지켜, 간을!

코카서스 산맥에서 도망쳐 온 토끼처럼

제우스한테 혼쭐난 프로메테우스처럼, 간을!

다시는 용궁에 떨어지지 않도록

다시는 독수리한테 쪼이지 않도록, 간을!  

 

오늘의 간은 아무래도 너무 얇다

쌈 싸 먹기 딱 좋은 잎채소 모양의 간

간엽에 말린 핏빛 순대의 맛, 너무 좋아  

 

 

 

*

 

윤동주, <간>. / <양들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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