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색깔, 영심이

 

 

 

 

 

지난 세기에 쌓은 카프카의

빨간 성을 허물고 잿빛 유형지로

실종, 노란 아메리카에 머물다

늦가을비에 소국 다발 들고

집으로 가는 길, 소송은 끝

 

샛노란 수술 빙 둘러

샛노랑 샛빨강 꽃잎이

다닥다닥 닥지닥지

꽃대도 튼튼하고 뾰족한 초록 잎도 싱그러운

이 소국의 이름은, 아, 너무 정겨워요! 

영심이

영심이랍니다, 그런데

 

카프카와 영심이라니

너무 어울리지 않네요

체코와 거창만큼이나

  

소국은 작지만 향기는 결코 작지 않아서

분리 수거가 필요하답니다

지난 세기에 나온 카프카의 성과

지난 주말에 나온 영심이는 죽고

향기만 따로 분리된 오늘은

입동, 변신이 완료되었군요

 

저와 카프카와 영심이를 적신 추적추적

늦가을비는 초겨울비였나 봅니다 

 

 

*

 

워낙 귀하신 몸이라 꽃집에 잘 안 들어온다고 한다. 투톤 소국 영심이

와인 빨강 너무 좋아, 샛노란 노랑과의 조합도 좋아,

내 묘사력이 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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