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에 워낙 과문하여 발레를 접할 일이 없었다. 그나마 강의를 한 번씩 하면서 러시아발레(무용) 자료를 뒤적이게 되었는데, '작가'(일기^^;)로 먼저 알았던 니진스키의 위대함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비슷하게, 최근 유튜브로 <볼레로>(라벨)의 발레를 보게 되었다. 쥴리앙 파브로, 라는 무용수(발레리노)의 춤이 너무 경이로워서, 이것저것 보던 중 더 놀라운 무용수를 알게 되었다. 쓰기는 jorge donn, 읽기는 호르헤 돈. 스페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르헨티나 출신이란다.
줄리앙 파브로의 볼레로는 섹시한 맛이 분명히 있다. 무용수도 잘 생기고 몸도 아름답고. 그런데 호르헤 돈은 머리도 너무 크고, 하, 대체로 서양인의 비율이 아니다. 가슴도, 남자에게도 이런 표현 쓰는지 모르겠는데, 새가슴(?), 그런 느낌. 즉, 앞으로 돌출되고 여자의 경우라면 유방이 별로 발달되지 않은, 아무튼 예쁘지 않는 상체다. 가슴에는 털이 있는 것 같은데, 이 역시 별로 예쁘진 않다.(내 눈에는 그렇다.) 그런데, 춤을 너무 잘 춘다 ㅠㅠ 그리고 표정, 시선이 갖는 엄청난 마력. mesmerize라는 단어가 딱 맞다.
Jorge Donn, Bolero-1982. - YouTube
더 놀라운 것은, (뭐 하는 발레인지 잘 모름-_-;;) <Le soldat amoureux>에서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는 것. 엄청 까불거리고 약간 희화된 모습인 듯도 하고, 정말 '사랑에 빠진 듯' 표정이 익살스러운 환희, 열광으로 가득 차 있고, 몸짓도 대단히 (일부러?) 과장되어 있다. 비슷하게, <니진스키 - 신의 광대>도 연기력이 엄청나게 돋보인다.
Jorge Donn — Le soldat amoureux - YouTube
Nijinsky 1990 - Jorge Donn - YouTube
어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이루는) 사람의 위대함, 을 자주 생각한다. 이사도라 던컨이라는 이름 역시, 예세닌의 거의 스무살 연상의 아내(연인)로만 알았다. 그리고, 어린 시절, 무슨 글(아마 저 에세이?)에서 "밤새도록 자위를 하고 나서 잠들었다"(??)라는 식의 문장만 기억난다. 아마 워낙 어릴 때(사춘기??) 읽어서 그랬던 것도 같다.
Isadora Duncan Dancers - YouTube
이미 한창 때는 지난 것 같지만, '맨발의 이사도라'라는 명성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나이 들면서, 또 아픈 ㅠㅠ 아이를 키우면서 몸의 중요성, 몸의 예술성, 몸의 지능과 힘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겸사겸사, 줄리앙 파브로
Жюльен Фавро и «Балет Бежара Лозанна» в «Болеро» Равеля, ГКД, 26.09.2015 - YouTube
이쪽은 파워풀하고 남성적인 것이 매력인 듯. 나는 앞선 두 버전이 더 좋다.
Soirée exceptionnelle Nicolas Le Riche - Bolero de Béjart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