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문장

 

 

 

 

 

아이가 펄펄 끓는 동안에도 강낭콩은 쑥쑥 자랐다

태양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연덕스레 떠오르고   

소싯적 떡잎은 세상 미련 없다는 듯 쪼그라들고

본잎은 살판 난 듯 푸르러지고 꽃이라도 피울 기세다

 

중세 사람들이 가장 자살을 많이 한 시각은 자정 이후 새벽이라고 한다

 

책상 앞에 구겨지듯 앉는 아이를 보며 강낭콩 줄기를 움켜쥐고

뿌리째 뽑으려다가, 더한 천벌 받을까 무서워 마음을 고쳐 먹은

지금은 정오 

 

물끄러미

정오의 문장이 쓰였고 나는

이제 막 의욕을 가질 참이다

 

 

 

 

 

 

 

 

 

 

 

 

 

 

 

 

 

 

 

물끄러미 / 자정의 문장을 썼다. // 나는 의욕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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