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모종 사러

 

 

 

 

모종 사러 가는 길

자작나무 심는 장면을 보았다

원래 있던 건요?

죽었어요, 죽어서 다시 심는 거예요,

라고 대답하는 늙수그레한 남자, 당신은 

나무 심는 사람, 살아 있고 건강해서 좋겠다

 

모종 사는 동안

러시아 자작나무처럼 두툼하고 하얀 중년 남자

작게 혼잣말하고 눈은 멍하고 손끝은 떨린다

어른의 몸에 아이의 정신, 당신도 좋겠다

햇살이 투명한 비처럼 내리는 날 모종 산책이라니

 

모종 사서 오는 길

오이 깻잎 상추 모종을 보자마자 아이가 절규한다

엄마, 이건 우리가 심은 게 아니잖아!

텃밭에 쪼그리고 앉아 모종을 옮겨 심는 심사란

 

역시 4월은 잔인한 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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