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칼립투스에 기대어
그날 밤 유칼립투스에 기대어
직립보행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 튼튼하고 발랄하고 관능적인 느낌에 대해,
절묘한 곡선을 품은 두 직선의 몸놀림에 대해
우리 집 유칼립투스는 너무 작고 연약해요
그래도 그날밤 유칼립투스에 기대어 울었네요
내가 울면 유칼립투스도 아파서 울 것 같았지만,
아이의 두 다리도 더 흔들릴 것 같았지만요
울면서, 열 손가락 열 발가락을 놀리며 꼿꼿히 서 있는 나무 몸통에 대해
무릎의 각도와 보폭을 유지하며 걷는 두 다리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했어요
유칼립투스 섬나라에서 만나요
그곳에는 듬직한 나무와 새끼에게 똥을 먹이는 코알라가 가득하대요
우리 집 유칼립투스는 내가 기대어 울기에는 너무 작고 연약하거든요
*
<희망 대신 욕망>의 목차 중 하나. "직립보행의 섹시함에 대하여". 평소 아이의 비틀거리는 다리를 보며, 특히 지난 겨울(이제 정말 많이 돌아왔다, 넘나 다행이다 ㅠㅠ) 제대로 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아이, 아이의 다리를 보면서, 동시에 멀쩡히 잘 걷는 대부분의 아이들, 청년들, 장년들, 심지어 건강한 노년들을 보면서 나 역시 '직립보행의 섹시함-아름다움'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많이 생각한다. '몸져눕는다'라고 하지 않는가. 걷던 사람이 걷지 못하면..., 흑.
봄맞이 허브도 사고 유카리도 사고 아이비도 사고, 아, 텃밭에 당첨되어 벌써부터 꿈에 부풀어 있다. 아이는 오이를 심자고 하는데... 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