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감염

 

 

 

 

 

1년이 넘도록 소설을 쓰지 못했다

1년 동안 너무 많은 이야기가 범람했기 때문에

오히려 서사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은  결코,

변명이 아닙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요, 물실호기라잖아요  

기회비용이 많이 들어도 놓치지 말아요

면역 저하 숙주라면 시시한 바이러스도 살판난답니다

 

범람하는 이야기 틈새를 비집고

인간 숙주의 배를 찢고 터져 나온 에이리언처럼 

시가 태어났노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매일 아침 죽다 살아난다

봄이여 서슴없이 오라, 야멸차게 맞아주겠노라!

 

 

 

 

 

*

 

지난 연말 이유없이! 고열에 배탈에 체중이 쭉쭉 빠진, 남편의 동료 겸 친구가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았고, 연초부터 항암 중이다. 마침 중*대 병원에서 강남가* 병원으로 전원한 한 30대 여성의 죽음을 두고 남편이 올린 청원도 인상적이어서,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다. 아시다시피, 나의 아버지도 이른바 암환자이고(과연 '완치'라고 할 만한 병이 있는가, 우리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돌이켜보건대 아이 때문에 1년에 최소 한 두 번은 응급실을 다니는 엄마로서, 질병과 사고와 장애, 그 다음 각종 의료 행위와 의료인의 정체성, 그것(그들)의 한계, 우리-환자의 자세 등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모든 병이 그렇듯, 세부 진단은 무척 다채롭지만, 혈액암은 특히 더 그런가 보다. 그런 만큼, 아마 치료 방식도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중병일 수록 각종 합병증(부작용!)도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와중에 '기회감염'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다. '기회'는 좋은 말인데, '기회감염'은 말하자면, 바이러스와 세균에게 좋은 말이다 -_-;;

 

얼마 전에 부고가 뜬 최정례 시인 역시 비슷한 질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시를 워낙 읽지 않아서 따로 읽어본 적은 없는 시(시인)지만, <레바논 감정>이라는 시집은 들어본^^;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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