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만날 뻔한 인연이 있었으나 그렇게 되지 못했다. 하지만 '-뻔한' 것도 인연이라 시집을 구입해서 읽어보았다. 지난 학기에는 한 학생이 이수명 시를 무척 좋아한다고 하여 다시 한 번 시도 했으나 나에게는 너무 우아한 당신(?), 이런 느낌이었다.

 

 

 

 

 

 

 

 

 

 

 

 

 

 

 

 

이번에 문동의 복간본(재간본) 시집을 째려^^; 보던 차에 제목이 아주 마음에 들어 주문해 보았다. 시집의 형식(모양새)도 썩 나쁘지 않다. 겸사겸사 시론도 낸, 아주 부지런하고 성실한 시인이다. 흑, 역시 서울대, 라고 하면 욕 먹으려나^^;

 

 

 

 

 

 

 

 

 

 

 

 

 

 

 

 

 

그런데 저 제목의 시는 없고, <화물차>라는 시 안에 저 대목이 나온다.

 

 

화물차

 

빈 화물차가 지나간다. 나는 가방 속을 뒤지고 있었다. 쏟아지는 책갈피 사이를 정신없이 뒤지고 있었다. 인쇄되어 있는 나의 이단은 나의 오독에 불가했다. (....) 나는 벌써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나에겐 새로운 이단이 남아 있지 않았다. 빈 화물차가 지나갔다. 내 앞을 서서히 지나가고 있었다.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한 예각 속으로

 

돌아올 때면

이만큼 물러서버린 내 집을 발견한다.

보이지 않는 한 예각 속으로 점점 들어가는

빠져나올 수 있을까

한사코 방향 틀어버린

아름답게 뒤집힌 은사시나무 잎들 속에서

(....)

 

 <토요일 오후> 이런 것도 반복해서 읽고 싶다. 예전에 읽은 이수명 시들과 달리, <새로운 오독이...>는 아마 시인이 젊었던(어렸던?) 까닭이었을까, 상당히 도발적인 데가 있다. 마음에 든다! 대단히 산문적인 느낌이 들고 말이 굉장히 많은 것도 마음에 든다. 다른 시들도 눈에 들어오는데 더 옮길 여유가 없는 것이 유감이다. 

 

곁들어 문동의 이 시리즈 중 사서 읽고 싶은 시집이 꽤 되는데, 아마 다음 학기에는 (강의를 받지 못해 ㅠㅠ) 한국 시와 소설을 읽을 시간을 내기는 힘들겠다. 이문재의 <...젖은 구두...>도 예쁘게 단장해서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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