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이 맞다면,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이 어느 출판사에서 나왔던 것 같다. 고려원? 아무튼 헌 책방에서 그의 책을 사서 읽은 것 같은데 대표작인 <희랍인(그리스인) 조르바>보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이 나는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고교 시절에 이어 도스토-키에 빠져 살던, 여기에 카프카와 카뮈를 덧붙이던 시절이라. 검색해보니 안정효 번역의 <최후의 유혹>이 뜨는데, 비교적 나이 들어 (다른 작품 번역으로) 다시 읽어도 안정효는 당대 최고의 번역가이다.

 

 

 

 

 

 

 

 

 

 

 

 

 

 

 

한편 나의 친구는 <...조르바>를 좋아했다. 특유의 약간 멍하면서도 사색에 잠긴 듯한, 굉장히 심오한(-하다고 느껴진, 당시에는) 눈빛으로 "조르바 같은 인간 있잖아, 그렇게 살면 좋겠는데..."라는 식의 말을 했다. 돌이켜보건대, 여기에는 낭만주의 이래 아주 케케묵은 이분법이 도사리고 있다. 천재 vs. 천중(대중), 지식인(인텔리겐치아, 엘리트) vs. 민중, 문화-문명(인) vs. 자연-야만(인) 등. 그 무렵 친구는 자기를 응당 '작가-카잔-스'와 동일시한 듯하고, 그 입장에서 조르바를 동경하는 식의 입장을 취한 것이다. 역시나 대학생다운(!), 그것도(괜하 자의식, 열등감일 수 있지만!) 이제 막 명문대에 입학한 지방 출신 여학생다운 생각이다. 그 친구는, 적어도 지금까지의 인생을 보면, 이제는 그 이분법의 허상을 모르진 않겠지만 어쨌든 실천에, 실행에 있어 '작가-카잔-스'도 '조르바'도 아니게 돼 버렸다.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 조르바라면 '자유'(자연)인지라 굳이 성취가 필요없지만(존재하면 된다!!!) 작가-카잔-스라면 반드시 성취가 있어야 한다.

 

 

세월이 흘러흘러, <알릴레오3>을 들으며 게스트로 나오신 분과 유시민의 독법을 비교하게 되었다. 전자의 독법도 나쁘지 않았으나, 확실히 유시민은 독해력(?!)에 있어 독보적인 데가 있음을, 굉장히 폭넓으면서도 동시에 깊은 시각을 가졌음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들었다. 앤소니 퀸이 나온 영화는 나도 어릴 때 보았는데, 유시민 말마따나, 조르바가 맨날 춤추는 것도 아니고^^;  영화는 영화일 뿐, 책을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제법 오래 전, 모 기관지(소식지)에 매달 연재하던 독서에세이란에 마지막으로 다룰 책이 이것이었다. 책을 구입했는데 바로 짤려서 ㅠㅠ 쓰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덧붙여 이런 '자연인'의 삶에 대한 동경은 어느 문화권에나, 어느 시대에나 있어서 도스-키나 톨-이도 예외가 아니다. 그 실천에 있어서도, 시간과 돈과 건강(!!!)이 있어야 하므로, 결국 톨-이가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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