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의 시를 읽다가 문득 대학원 시절에 읽은 시 한 편이 떠올랐다. 요즘 '작업기억' 능력이 퇴행하여(노화), 브로드스키까지는 금방 생각해냈으나, <나비>인지 <정물화>인지 찾아보고야 알았다. 마지막 연이 뇌리에 남았다. 너는 (내) 아들이냐, 신이냐 / 필멸의 존재냐, 불멸의 존재냐 / 죽은 것이냐, 산(영원히 살) 것이냐. 확실히 러시아 시인이라 형이상학적인(이 경우에는 종교적인) 물음 없이는 안 된다. 소비에트 시인들은 그 자리에 이데올로기를 넣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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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스키, <정물화>
1.
사물과 사람이 우리를
에워싼다. 그리고 이것도,
저것도 눈을 찌른다.
차라리 어둠 속에 사는 게 낫겠다.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가족의
뒤를 본다.
나는 세상이 역겨워졌다.
1월이다. 겨울이다
달력에 따르면.
어둠이 역겨워질 때
그때 말을 시작하리라.
(....)
10.
어머니가 그리스도에게 묻는다:
- 너는 나의 아들이냐 아니면 나의
신이냐? 네가 십자가에 못박혔다.
내가 어떻게 집에 가겠니?
어떻게 문지방을 넘겠느냐,
(다음을) 이해하지, 해결하지 못한 채:
너는 나의 아들이냐, 아니면 신이냐?
즉, 죽은 것이냐 산 것이냐?
그가 대답으로 말한다:
- 죽은 자든 산 자든
여자여, 차이가 없다.
아들이든 신이든 나는 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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