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니체 공부하는 철학자. 어쩌다 한 번씩 마주친 2, 30대의 그녀는 키가 많이 크고 비썩 마른 체형의, 어릴 적 내가 무척 동경하던 몸 형상(?)의 소유자였다. 문지판 시집 두 권은 샀었고 읽었었는데, 명백히 그런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팔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_-;;
'진은영'을 검색하다가 따끈따끈, 막 쓴 시를 발견했다. 사람들 취향은 비슷한 모양이다. 나도 마음에 든다. 시가 무겁다...
스타바트 마테르 / 진은영
십자가 아래 나의 암소가 울고 있다
오 사랑하는 어머니 울지 마세요
나는 꿈에 못 박혀
아직 살아 있답니다
밤을 향해 돌아서는 내 입술을
당신의 젖은 손가락을 읽어 보세요
세계는 거대한 푸른 종소리처럼
내 머리 위에서 울리고 있어요
나는 밤의 부속품처럼
어둠 속으로 깊숙이 떨어져 나왔어요
별처럼 순한 당신 눈빛과
네 개의 길고 따듯한 뱃속을 지나가는 계절들 사이에서도
소화되지 않은 채 나는 남아 있어요
당신은 오래된 술 같아요
내가 마시는 술에 슬픈 찌꺼기가 떠도는 건
내 탓이 아니에요, 어머니
무엇을 마시든 나는 두껍게 취기를 껴입지만 늘 추워요
나를 향해 당신이 동굴처럼 뚫려 있기 때문에
우리는 두 팔을 뻗어 서로를 안아요
오 사랑해
서로를 자꾸 끌어당겨요
물에 빠진 사람들처럼
두려움보다
슬픔보다
흰 재가 더 높이 쌓이고 있어요
어머니, 결국 나는 내 영혼을 잃어버리게 될까요?
뚜껑 열린 석관이
세월 속에서 제 주인을 유실하듯
당신이 당신 아이를 잃어버렸듯
바람이 날아가는 투명비닐 봉지를 분실하듯
당신은 찾을 수 없어요
정말이지 우린 다르게 생겼어요
당신을 닮았던 얼굴 위에 낯선 고통의 진흙을 덧칠하며
내 얼굴은 점점 두껍게 말라갈 테니
목이 말라요 어머니
마른 풀밭 위에 빈병처럼
나는 또 흘러들어요
당신이 몇 방울 남지 않은 곳으로
(월간 시인동네 2020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