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의 다의성

 

 

 

 

 

1.

 

2021년 1월 1일 아침 떡국은 환영받지 못했다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하여 지단까지 붙였음에도

늘 그렇듯, 정성을 요리가 아닌 딴 생각에 쏟은 까닭이다

 

 

2.

 

'다리의 다의성'이라는 낱말 묶음이 떠올랐다

여기서 다리는 순전히 여자 다리를 말한다

여자의 신체 부위 중 유독 다리에만 미를 붙인다

'각선미'의 '각'과 '교각'의 '각'이 같은 한자라니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 왔어!" 

다리의 황량하고 음습한 깊이가 확인된다

 

다리는 야하고 귀엽고, 지적이고 육적이고, 감정적이고 이성적이고,

우아하고 천박하고, 조신하고 음란하고, 자극적이고 심드렁하고,

가늘고 굵고, 날렵하고 둔중하고, 데카당스하고 이데올로기적이고,

반의어 형용사의 나열을 무한대로 허용한다

 

다리는 여자의 다른 신체 부위보다 늦게 늙는 듯한데

태어나는 순간부터 닥치고 움직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앉거나 기거나 서거나 접거나 꼬거나 걷거나 뛰거나

심지어 남자의 특정 신체 부위를 감싸거나 매만지거나

아, 너무 진부해서 더 이상은 쓸 수가 없다!

 

여자 다리의 이러한 다의성은 자연스레

여자가 피우는 담배의 다의성과 만난다

다의적인 다리를 적정 분량 드러내거나 감춘 채

담배를 피우거나 손에 들거나 입에 물거나 아무튼

담배와 육체적인 접촉 중인 정황 역시 다의적이다 

그 역시 야하고 귀여울 뿐더러 매캐하고 청량하고,

몸과 마음에 해롭고 또 이롭고, 머저리고 모범생이고,

향긋하고 구리고, 속 트이고 속 쓰리고 등등 

 

담배의 다의성은 분량상 다음 연구 주제로 남겨둔다

 

 

3.

 

다의적인 다리와 다의적인 담배가 함께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환영받지 못한 흰소 해의 첫 떡국에 대해, 달걀 지단에 생각했다 

이후의 비극은 모두 그 때문일 것이라고 미리 고해성사를 해둔다 

 

 

 

*

 

 

결혼식 예복으로 샀던 원피스와 자켓은 (살이 쪄서-_-;;) 버린 지 오래, 저 샌들 역시 몇 번 신지 않은 채 결국 버린 것 같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삼십대와 사십대의 차이가 크다. 오십대가 기대된다 -_-;; 아이의 빨간 애벌레 운동화와 통통다리 ㅋㅋ 세 살인지 네 살인지. 깁스한 건 확실히 네 살 여름인데... 저 무렵엔 결혼식도 많이 다녔나 보다. 앉아 있는 아이의 통통다리, 아으 동동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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