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형식은 성실하고 친구가 없었다. 소진되지 않는 목적을 생각하며 기원에 갔다. 바둑은 졌지만 석양을 좋아했다. 병원에 가서 무표정하게 앉아 있다가 죽은 사람과 대화를 했는데 그것이 형식에게 어울렸다. 대기실에서 누가 허공에 대고 욕을 하다가 형식에게 말을 걸었다. 그 사람이 자꾸 너 창식이냐고 창식이 맞네라고 창식아 이 새끼야라고 오랜만이다라고... 형식은 사실 창식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디 사는지 뭐 하는 새낀지도
창식은 사실 살고 싶지 않았고 자주 잠이 들었다. 창식은 오늘따라 머리가 아팠는데 열심히 일을 했다. 퇴근 후에 창식은 취해서 떠들고 울다가 웃다가 이건 뭔가 이상한 삶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귀갓길에 창식은 전화를 걸어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때마침 버스가 도착해서 여보세요 여보세요 소리치며 승차를 했다. 맨 뒷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는데 창식은 입이 닫히고 눈이 감기고 코와 귀가 막히고 웃음도 울음도 터뜨리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경복궁을 지날 때
형식은 창식의 전화를 받았다.
경복궁은 멋진 곳이라고 했다.
저녁에 특강이 있어서(그나마 ZOOM이라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일상의 시간표가 조금 흐트러진 가운데, 자꾸만 맴돌던 이야기. 이게 시인데 나에게는 이야기로 기억된다. 찾아보니, 형식이 보다 창식이가 더, 재미가 없다. 마지막에 경복궁 얘기, 종잡을 수 없다. 제목은 어떻게 바꿀 수 없을까^^; 형식과 창식?? 흡, 더 이상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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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뒤척이며 해본 생각. 1연. 형식은 죽은 사람과 대화하니까, 그를 창식과 착각한 사람도 분명 죽은 사람이었을 터. / 2연. 창식은 누구에게 전화하려고 했을까? 형식? 혹은 형식을 창식으로 착각한 사람? 아무튼, 여러 정황상 창식은 경복궁을 지나는 버스 안에서 죽었다. 형식과 창식의 통화는 창식이 죽은 다음 이루어진 것이다. <식스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