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버지 비에 젖으신다
사랑하는 아버지 흘러내리신다
일어설 때마다 어휴, 어휴
방바닥을, 벽을 짚으신다
사랑하는 아버지 허우적거리신다
걸음을 뗄 때마다 지팡이를 흔드신다
세상에 늙고 병드는 것만큼 슬픈 일이 또 있더냐
아무렴 있지요, 젊고 병드는 것, 어리고 병드는 것
사랑하는 아버지 비에 젖으신다
물에 잠기신다, 혼자 발톱을 깎지 못하신다
*
어제 문득 떠오른 싯구, 역시 이성복이었구나 ㅠㅠ
- 이성복 / <또 비가 오면> "사랑하는 어머니 비에 젖으신다 /"사랑하는 어머니 물에 잠기신다"
내 기억에서는 '아버지'였는데 찾아보니 '어머니'였다. 청년 이성복은 주로 아버지는 욕하고 어머니(+누나)는 찬미한다, 그런가 보다^^; 암튼, 사십대에 더 많이 되살아나는 시, 읽긴 이십대에 읽었는데. 그대는 진정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