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본다(5) - 나무, 땡감, 도덕

 

 

 

 

 

아침에는 나무자세, 손을 위로 뻗고 태양경배까지 할 기세다

황혼녘이면 나비자세도 고달프고 제대로 송장자세도 버겁다 

앞마당 감나무는 밤에도 나무자세, 본디 나무니까, 땡감 달고

 

땡감을 소금물에 며칠 담가두면 땡감의 고유한 맛이 사라진다고 국어책에 적혀 있기에 

실행에 옮겼더니 정말로 땡감의 떫은 맛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으나 그 대신 소금물의

고유한 짠맛이 너무 그윽해져 도무지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짠 땡감, 내다 버릴 수밖에.

 

그렇다, 국어는 모호함과 애매함의 책이기에

견고함과 명석함과 판명함의 책이 필요하다

 

도덕과 윤리를 주세요, 자연과 과학을 주세요

앙상한 나무에 몇 안 남은 주황 땡감은, 까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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