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시집 한 권

 

 

 

 

 

 

때아닌 가을비가 을씨년스럽다

축축한 강의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온풍이 불고

내 굵직한 종아리 옆 가다란 석영관이 빨갛다

몸과 마음이 따뜻하고 푸근해져 흥부 박이 연거푸 터진다

 

대박은 너무 황송하고 중박 소박, 심지어 쪽박도 좋아요

어차피 안동 고기국수 한 그릇 얻어 먹는 호사는 누릴 테니까요

 

시집은 평생 딱 한 권이면 되나 봐요

 

나머지 생애는 아프리카에서 커피나무를 가꿔도 돼요 

낙엽 쓸며 잎새에 이는 바람에 괴로워하기만 해도 돼요

 

죽기 전에 시집을 한 권 내고 싶네요

 

 

 

*

 

 

 

 

이렇게 조그만 놈인 줄 몰랐지만 ㅠㅠ 그래서 첫날 보고서 너무 놀랐지만 그 사이 난방도 시작되고 너무 따뜻해서 부자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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