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이*준은

 

 

 

 

 

 

나의 아들 이*준은 2011년 *월 *일 관악구 작은 의원에서 3.54킬로의 건강한 아이로 태어났다.

 

태곳적에 '복띠'였던 이 아이는 하루 두갑 골초였던 148cm 38kg 왜소한 모체 속에서도 용케 자기 자리를 잡았고, 예정일보다 사나흘 늦었으나 자신의 때가 되자 자기 힘으로 그 모든 역경을 헤치고 세상에 나왔다.

 

생후 1개월에 경련을 했음에도 엄마 젖과 이유식 먹으며 무럭무럭 자랐고, 즐겁게 유치원 다니는 동안 수많은 발달재활치료를 받았고, 2018년 3월 당당하게 집앞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3학년 2학기인 지금도 걸음이 흔들리고 손이 떨리지만 수학과 과학 잘하고 국어와 사회에 흥미를 갖고  체육 시간에 친구들과 축구하는 것을 즐기고, 매일 30분 이상 책을 읽고 이틀에 한 번은 일기를 쓰고, 하루에 11시간 안팎으로 자고 고기와 밥, 채소, 과일을 골고루 먹는다.

 

내가 아는 이*준은  세상과 사물과 사람에 호기심이 많은 해맑은 아이로서, 특히 친구들에게 관심이 많아 같이 어울리고 싶어 하지만 그렇다고 비굴하게 친교를 구걸하지는 않을 만큼 자존심이 강하고 그와 동시에 세계 안에 자신의 조그만 자리를 찾을 수는 있을 만큼 자존감도 높은 아이로 자라고 있다.

 

태어날 때처럼, 또 지금껏 그래왔듯, 이*준이 앞으로도 힘든 순간을 잘 헤쳐 나가리라고 믿는다.

이*준의 인생에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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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인 박지선씨의 비보 이후 인터넷에서 쉽게 발견되는, 고인에 대한 부친의 글을 반복해서 읽으며 나도 한 번 따라해보았다.

 

"내가 아는 이*준은"은 "내가 바라는 이*준은"으로 바꿔도 될 법하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이유로 항상 너무 비관적이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내일 죽더라도,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지구와 내가 뭔 상관? - 아주 밀접한 상관!) 사과 나무를 심겠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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