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한 양상
1.
"거래처 사장이 나더러 삼각김밥이래."
"미친! 그 정도는 아닌데?"
2.
대낮 아파트 단지, 웬 할아버지가 지나간다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조금은 억울할 법한 나이
어! 저거, 아무래도 우리 신랑인대?
그래도 혹시나 싶어 이름은 아껴두고
"야, 삼각김밥!"
아! 바로 돌아본 얼굴은 우리 신랑의 것
마흔 두 살 할아버지, 심지어 만 나이는 마흔인데
머리카락의 양과 질, 그 중요성을 재고하는 계기가 되었다
3.
우리 둘이 알콩달콩 투덜투덜 두 손 맞잡고
감상주의와 낭만주의를 지나 사실주의로 왔지
모더니즘과 다다이즘도 지나 수술대 위
재봉틀과 박쥐우산도 우스워 시시하던 참
이제는 휴머니즘으로 코스모폴리타니즘으로
사해가 동포야 우리 신랑 머리가 삼각김밥이야
삼각김밥 속 매실장아찌와 명란젓이 뇌수야
*
남편은 지난 여름, 어촌 어르신들께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저봐, 저렇게 손자 데리고 놀러 오면 얼마나 좋아." 헉, 우리 신랑 = 할아버지?? 우리 아들 = 손자?? 멀찍이 가던 나는 얼른 고개를 푹 숙이고, 내 남편과 아들로부터, 모르는 사람인 양 멀찍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