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나방의 행복한 한살이
안녕하세요, 누에나방이랍니다!
저는 연수네 외갓집 안방에서 태어났어요
봄여름 연한 뽕잎 먹고 무럭무럭 5령 애벌레 되어
내 몸에서 뽑아낸 하얀 실로 고치를 만들었어요
명주실이 될 것이냐, 누에나방이 될 것이냐?
운명의 간택 앞에 가슴이 두근거렸지요
어느 날 하얀 알을 깨고 나오는 저를 발견했어요
뽀얀 분가루 묻은 축촉한 날개를 말리고 자, 날아볼까!
아, 색시야, 너는 못 날아, 날지 않아도 돼!
멋진 서방님이 나를 향해 걸어오더라고요
짝짓기를 끝낸 다음 오 백개가 넘는 알을 낳았어요
낳기만 하면 끝, 돌볼 필요도 없답니다
아기들아, 귀여운 누에 되어 맛있는 뽕잎을 잔뜩 먹으렴
그리고 비단결보다 고운 비단 속에 영원히 살아 있으렴
엄마는 그럼 이만, 왔던 곳으로 다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