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의 갸륵함

 

 

 

 

 

봄에는 뽕잎순을 나물로 무쳐 먹고 여름에는 자줏빛 감청빛 오디를 따 먹었다 

 

뽕잎 갉아 먹는 검은 꼬물이들이 점점 하얗고 통통해졌다가

앗, 어디로 갔지? 독한 회의에 사로잡혀 잠들었다 눈을 뜨면 

앙상한 나뭇가지마다 하얀 고치들이 전설처럼 매달려 있더라 

누에야, 뭐하니? 아직도 자고 있니? 

 

가을이면 누에들은 다섯번째 꿈을 꾸었고 어른들은 쭈글쭈글 번데기를 먹었다 

 


 

*

 

오디가 새카만 뽕나무를 사랑했다. 박목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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