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블루베리
나는 올해도 가을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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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나는 먼 고향으로 떠날 계획이었다. 갑자기 두개골을 뚫고 뇌수에서 빨간 심장 하나가 태어났다. 저 먼 고향에는 나의 백골을 몰래 떠나 보냈다. 곧 따라갈게, 딱 하루만이야. 그 약속은 십년째 매일 지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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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블루베리 열매는 감청색이다
맛은 결코 달지 않다, 시큼하다
가지는 갈색, 나뭇잎은 빨간색이다
심장 아기를 더 빨갛게 만들고 싶어
소의 선혈로 콩나물 선짓국을 끓였다
아기의 뇌수를 더 노랗게 만들고 싶어
타조알을 깨지 않고 노른자만 쏙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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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도 가을을 보고 있고
블루베리와 선짓국과 타조알을 먹고
내년에도 봄을 볼 것이다, 보고 싶다
저 먼 고향이 아닌 여기, 이 고향에서
나의 심장 아기와 함께
저 먼 고향에는 나의 백골이 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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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한 학생의 '미니픽션' <늦가을의 블루베리>를 읽고...
- 윤동주, <또 다른 고향>. 좀 전에 '백골'이 떠올라서 '분신'을 대체.
- 며칠째 윗층 어르신이 보이지 않고 이상 기류(?)가 감도는 것 같아, 떠오른 문장. 아, 할아버지가 올 가을을 못 보시는구나, 라는. 나는 7시부터 막 졸리고 지금은 거의 비몽사몽, 배도 고파오지만(허기인지 통증인지) 참으려고 한다. 나 역시 코로나 확찐자, 체중이 1-2킬로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