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e en rose:

시골의사, 프란츠 카프카의

 

 

 

 

1

 

"교수님, 저를 죽게 내버려두세요!"  

 

그러나 확대촬영한 자궁 경부는

암은커녕 이형도 없는 정상 이상의 정상이다

연분홍빛 살덩어리, 한복판의 작은 새까만 점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  하, 그럴 리가!

 

아니나 다를까, 몰랑몰랑 촉촉한 표면에 

깨알처럼 작은 새빨간 점이 드문드문 보인다

하, 이건 빛을 향해 대가리를 쳐든

물컹물컹 새빨간 구더기들이구나

 

"교수님, 저를 살게 내버려두세요!"

 

교수는 난처한 척 휘파람을 불며 역병 의사 가면을 벗고

나는 의젓한 척 진찰대 위에 벌려놓은 생식기를 수습한다

 

2

 

고급한 감색 바지 정장에 카멜색 모카신 신고 

올려다 본 가을은, 하늘 본연의 하늘색이었다

송구스러워라, 薔薇疹 감춘 다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버스를 탔다. 서서 갔다. 성욕을 느꼈다. 정녕, 그뿐. 

 

"개자식, 나의 장밋빛 볼에 이빨 자국을 내놓았어!"

 

버스 기사는 까마귀 가면이다

흑사병 버스는 멈추지 않는다

나는 계속 서서 간다 성욕은

외설스럽게 點을, 紅點을 간질이고

薔薇疹은 염치없이 깊은 암흑을 덮친다

아, 장밋빛 인생!

 

3

 

"교수님, 저를 구해주실 거죠?"

 

나의 양식화된 질문에

시골의사는  슬그머니 역병 교수 가면을 뒤집어쓰고 꽁무니를 뺐다. 

 

 

 

*

 

 

 

 

 

 

 

 

 

 

 

 

 

 

 

 

<시골의사> 무섭고 웃기고 황당한 소설이다. 이걸로 논문 안 써도 돼서 다행이다. 어제 암검사 받을 때 웃긴 악몽처럼 되살아났다. 간만에 다시 읽었는데, 새 번역이 좋았다. roseola,  la vie en rose. 시골의사의 하녀의 이름은 로자.  

 / "버스를 탔다. 서서 갔다." *** 학생 소설 원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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