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은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제 자랑 같아 조금 겸연쩍지만요
전깃불도 없는 산골, 술 좋아하는 농부의 둘째딸로 태어났어요
갖은 구박 멸시 산전수전 끝에 늦깎이 초등교사가 됐어요
오래 사귄 애인과 결혼했는데 그 집이 제대로 알부자더라고요
어쩜, 미친 척 인생 너무 잘 풀리는 거 있죠?
서른 넘어 아들딸 두 살 터울로 잘 낳고
후줄근한 동네에 대궐 같은 집 짓고 살며
벤츠 몰고 40km 특수학교로 출퇴근해요
보다시피
저, 이번 생은 완전히 흥했답니다
그렇기에
다음 생은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생이란 한 번이면 족하니까, 저는
다음 생이라면 극구 사양하겠어요
*
그나마 방학이라 문자 정도는 주고받을 여유가 있는, 두 아이 키우는 워킹맘 동생과의 대화 중.
나: "언니는 이번 생은 망했다 / 애 건강 말고는 암것도 바라면 안 된다"
(여)동생: "나는 다음 생애는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ㅋ / 모두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사는 게 버겁다"
(이런 내용을 고스란히 캡쳐해서 소설에 쓰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참고로, 내 동생은 집안 얘기 쓰는 걸 싫어하지만, 나는 그게 밑천이라...)
그러고서 동생이 추천한 사람-책.
그러고 보니 불교 관련 책을 (이런 식의 에세이 포함) 안 읽은지 너무 오래되었다. 아, 언제는 읽었던가? 이럴 때 쓰라고 우리에겐 법정의 <무소유>가 있는데, 아시다시피 저자의 유언에 따라 모조리 절판되었다. 최근에 띄엄띄엄 다시 읽으면서 이성복 시의 좋음^^;을 새삼 느끼는데, 청년 이성복이 기독교적 '악-고통'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중년(노년) 이성복은 불교적 '고통-고해'에 천착한 듯싶다. 결국 그게 그거인 듯. 퇴직하신 다음에는 경기도 어딘가에 작업실 같은 것 얻어놓고 사시는 듯하다. 뜬금없지만,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