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앉아 하루키를
변기에 앉아 하루키를 읽었다 1993년부터
자취방을 뒹굴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루키한테서는 애액과 발기가 넘쳐났다
비디오 방에 틀어박혀 김밥을 먹었다
은박지를 벗기며 아비정전을 보았다
발 없는 새 맘보춤을 따라했다 1996년까지
중경삼림을 동사서독을 타락천사를
홍콩영화는 사자성어를 좋아한다
이성복을 기형도를 읽었다 1997년 이후에도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질투는 나의 힘 다시, 정든 유곽에서
화양연화를 보았다 이제는 2020년대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이성복, <그날>)
질투는 나의 힘 /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빈집>) 기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