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구두,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를 샀어

코가 둥글고 납작한 것이야

아무 데나 갈 수 있어 너무 좋아

아스팔트도 좋아, 신작로도 좋아, 

묏등 사이 흙길 산길도 좋아

 

걸어도 걸어도 계속 걸어

안 걸어도 못 걸어도 계속 걸어

계속 걸어 네 무덤 내 무덤 위를 걸어

계속 타박타박 걷는 빨간 구두 벗지 않을래 

내 발목을 잘라내도 계속 걸을래

 

영원히 걸어야 할까봐 무서웠어, 이제는

안 무서워 쪽빛 잿빛 구두도 사볼까 해

코가 둥글고 납작한 걸로 말이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