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구두,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를 샀어
코가 둥글고 납작한 것이야
아무 데나 갈 수 있어 너무 좋아
아스팔트도 좋아, 신작로도 좋아,
묏등 사이 흙길 산길도 좋아
걸어도 걸어도 계속 걸어
안 걸어도 못 걸어도 계속 걸어
계속 걸어 네 무덤 내 무덤 위를 걸어
계속 타박타박 걷는 빨간 구두 벗지 않을래
내 발목을 잘라내도 계속 걸을래
영원히 걸어야 할까봐 무서웠어, 이제는
안 무서워 쪽빛 잿빛 구두도 사볼까 해
코가 둥글고 납작한 걸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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