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라는 낱말

 

 

 

낱말에는 

이름을 나타내는 낱말

움직임을 나타내는 낱말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낱말이 있습니다 

이름 낱말은 불변이지만

움직임 낱말과 성질 상태 낱말은 변합니다

 

존재라는 낱말에는

삶이 있고

삶이라는 낱말에는

죽음이 있고

삶과 죽음 사이에는

아픔이 있습니다

 

존재는 아플 수 있습니다

그래야 죽을 수 있습니다

지금껏 존재했기에, 거저, 존재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명색이 한 번뿐인 삶인데

버럭, 돌연 죽기는 싫어요

차라리 많이 아프다가 죽을래요

 

- 머리 위에 큼직한 바위가 매달려 있다면 아프겠습니까?

- 무섭겠지요

- 공포와 불안이 아니라 고통 말입니다, 아프겠습니까? 

 

저라면 아프겠습니다

공포와 불안 때문에 더 아프겠습니다 

몸의 눈치를 보며 벌벌 떠느라 

더 아프겠습니다 

 

 

 

*

 

<악령>: '나'와 키릴로프의 대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