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꿈 밖에서 식물이 자라고
아이의 꿈속에 들어갔다. 깊은 지하 주차장이었다. 아이는 노랑 로봇 로디와 꼬마 공룡 크롱과 놀고 있었다. 크롱, 고기만 먹으면 응가가 나오지 않아! 크롱, 크롱! 나는 지상 우주에서 놀러온 친구 역을 맡았다. 삐삐뽀뽀, 삐뽀삐뽀, 뽀삐뽀삐. 외계인이 아픈가봐, 우리가 고쳐주자. 아이의 말에 노랑 로봇 로디가 추임새가 넣었다. 그래, 그래, 우리가 고쳐주자. 아이가 친구들과 신나게 놀도록, 나는 아이의 꿈속을 나왔다.
한밤의 어둠이 내린 가운데 방울 토마토가 자라고 있었다. 무럭무럭, 쑥쑥, 쑥덕쑥덕. 초 단위로 싹이 푸르러지고 줄기가 굵어졌다. 음란하고 왕성하고 아름다웠다.
바람아, 멈추어다오!
삶아, 멈추어다오!
바람과 달리 단 일초도 멈추지 않는 삶을 피해 다시 아이의 꿈속으로 들어갔다. 아이의 꿈속에서 아이는 한바탕 젖을 빤 아기처럼 새근새근 곤한 잠에 빠져 있었다. 아이가 푹 자도록, 나는 다시 아이의 꿈속을 나왔다.
rien.
아무 일도 없었다.
아무 일도 없는 일이 있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일을 했다.
아이의 꿈 밖에서 오이와 호박이 담 넘어가는 구렁이보다 더 유연하게 초록빛 사지를 뻗고 있었다. 하늘하늘, 쭉쭉, 으쓱으쓱. 음란하고 왕성하고 아름다웠다.
*
rien. 사르트르의 <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