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막달레나 (I)

 

밤이 되자마자 나의 악마가 여기 와 있고, / 과거에 대한 나의 보복이 시작된다.

 

내가 사내들의 기분풀이 노예, / 악귀 들린 바보였을 때,

나의 은신처가 거리였을 때 / 그 시절 음탕의 추억이 찾아와

나의 심장을 빤다.

 

몇 순간이 남았고 / 관 속 같은 정적이 엄습하리라.

하지만 그 몇 순간이 지나기 전 / 나는 나의 삶을 끝까지 밀고 가

당신 앞에서 설화 석고처럼 / 산산이 부순다.

(...)

 

 

24. 막달레나 (II)

 

사람들은 축일을 앞두고 대청소를 합니다.

이 북새통에서 비켜나,

나는 너무도 깨끗한 당신의 두 발을

물통의 향유로 씻습니다.

 

아무리 더듬어도 신발을 못 찾겠나이다.

눈물이 앞을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헝클어진 머리타래가

내 눈 위로 장막처럼 드리워졌습니다.

 

나는 당신의 두 발을 치마폭에 받치고

눈물로 씻나이다, 예수여,

내가 목에서 흘러내리는 구슬 목걸이로 두 발을 휘감아

아랍인 외투 같은 머리카락 속에 파묻었습니다.

 

당신이 미래를 정지시킨 양

그것이 그토록 세세히 보여,

시빌라128)의 예지의 투시력으로

나는 지금 앞날을 예언할 수 있습니다.

 

내일이면 사원의 장막이 떨어질 것이요,

우리는 한쪽에 동그랗게 모일 것이요,

나에 대한 동정심에

발밑의 땅이 흔들리겠지요.

 

호위대는 행렬을 정비하고

말 탄 자들이 출발할 것입니다.

폭풍우 속의 회오리바람이 머리 위로 솟구치듯

이 십자가는 하늘에 닿으려 할 것입니다.

 

나는 십자가에 못 박힌 두 발 아래 땅위로 몸을 던지고,

까무러치며 입술을 깨물겠지요.

당신은 너무 많은 사람을 안기 위해

십자가 양끝을 따라 두 손을 펼치겠고요.

 

누구를 위해 이 세상은 이토록 넓을까요,

이토록 많은 고뇌, 이토록 큰 힘이 필요할까요?

이 세계에는 이토록 많은 영혼과 생명이 있는 것일까요?

이토록 많은 마을, , 그리고 숲이?

 

하지만 그런 사흘간의 시간이 지나고

그런 공허 속에 처해질 테니,

이 무서운 막간 동안

부활을 맞을 만큼 성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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