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를 다 읽고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있어 컴퓨터를 뒤졌다. 2천매에 육박하는 소설 초고가 나왔다. 원고는 불타지(사라지지) 않는다! 결론도 내놓았고 제법 다듬어 놓았던데, 아무래도 나 스스로 완성된 소설이라 여기지 않은 것 같다. '탈고/완고'하지 못한 것. 2007년 11월쯤. 누구나 다 쓰고 싶어 하는, 소설의 원형인 성장소설이자 가족소설이자, 물론, 밑천이 없다 보니, 자전소설이다. 이걸 옆으로, 앞뒤로 뻗어내면 대하소설(역사소설)이 된다. 이런 욕심이 계속 있어 다른 식으로도(내 주제 안 맞게 약간 추리소설? 스릴러?) 써봤는데, '폭망'했다고 스스로 생각했던 듯하다. 한 선배가 "쓰는 양은(-만 놓고 보면) 조정래 수준이다"라고 웃으며 격려(?!)해 줬던 기억이 얼핏 난다.

 

 

 

 

 

 

 

 

 

 

 

 

 

 

(요즘은 안 읽는 분위기지만, 어릴 때 빼곡한 세로 활자 책으로 탐독했던 책. 이런 소설을 쓰고 싶어했던 듯하다. 최근에 그녀의 딸이 (아마 제법 중증의) 지적장애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대학 시절, 그 무렵에 많았던 도서 대여점에서 빌려서 3부까지 완독했던 책인데, 내 머릿속에서는 인물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 버릴 것 없는 최고의 대하소설로 남아 있다. 최근 안희정-김지은 사건을 보면서도, 얼토당토 않은가, <토지>의 한 부분을 생각했다. 어떤 하녀가 최치수(?)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최참판댁 부인한테 얘기하고 바로 그 때문에 사형당하게 되던가, 하는가 이야기. 왜냐면 최치수(?)는 불임이었으니까. 그녀 뱃속의 아이는 평소 그녀를 사랑해온 강포수(?)가 거두어 키운다.)

 

그로부터 헐, 10년이 넘었다. 이제는 다시 들춰봐도 될 것 같아, 한 번 해봤다. 두루마리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지만, 읽는 데만도 사흘 걸렸다. 아, 애물단지롤세. 한 번 고쳐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 덩어리는 있으니까, 심지어 너무 많으니까 절반 가까이 덜어내면서 그것을 받쳐줄 어떤 화법, 문체가 필요하다. 갑자기 떠오른 이 소설.

 

 

 

 

 

 

 

 

 

 

 

넘사벽, 이라는 말이 딱 맞는 소설. 이렇게 점점 기대치만 높아지고 정작 자기 소설은 돌보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래서 펼친 것이 (뭣 때문에?) 밀쳐둔 <악령> 번역 고치기인데, 계속 투덜댔듯, 번역만큼 하기 싫은 일이 없다. 곧 개강이니 학교로 도망쳐야겠다. 그러기에는 강의가 워낙 가뿐, 조촐하다. 어디로 도주하나. 앗, 운전면허를 따야겠다. 11월 2일까지 안 따면 필기부터 다시 봐야 한다니, 헐, "자, 우리도 함께 가볼까요,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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