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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이 지은 집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ㅣ 베틀북 그림책 60
심스 태백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베틀북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잭이 지은 집은 아마 32채일 거야. 최소한 속 표지엔 그만큼 그려져 있고, 그 집들에 대한 깨알같은 광고가 있어. 덕분에 첫날 딸아이는 속표지도 다 못 읽고 잠 들었지 뭐야.
등장인물은 11명이야. 순서는 아무렇게나~라고 심스 태백은 시치미를 뚝 뗐는데, 책을 다 읽고 나면 치즈, 생쥐, 고양이, 개, 소, 아가씨, 누더기아저씨, 판사, 수탉, 농부, 의문의 사나이가 맞는 순서임을 알 수 있어. 물론 의문의 사나이가 누군지도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지.
그리고 치즈의 종류는 9가지야.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고린내가 난대. 이 중 마로가 먹어본 건 아메리칸 치즈뿐이고, 나도 체다 치즈랑 카망베르 치즈만 더 먹어봤을 뿐이야.
생쥐의 종류는 6가지인데, 싹쓸어 쥐약은 메이드 인 코리아래.
고양이의 종류는 12가지야. 아주 유명한 만화주인공 펠릭스도 나와서 깜짝 놀랐더랬어.
개는 한 마리인데, 개먹이는 여러 종류가 나왔어. 일반사료외에도 개비스킷, 뼈다귀 모양 비스킷, 소고기 육즙, 역시 소고기로 만든 씹어 먹는 덩어리까지.
암소도 한 마리인데, 소의 부위가 아주 다양한 요리 재료가 된다는 걸 알 수 있지. 조금 궁금한 것도 생겼는데, 우리나라에선 안 먹지만 서양에선 혀요리가 꽤나 일품으로 꼽히잖아? 혹시 우리나라에서 안 먹을 뿐 외국에선 발굽이나 젖통, 젖꼭지 요리도 있나?
다행히 아가씨가 나오는 쪽엔 읽어야 하는 게 많지 않아. 태어나던 날부터 밤이나 낮이나 늘 외톨이였고, 매끈매끈 비누와 향수를 쓴다는 정도만 알면 되지.
누더기아저씨는 옷도 누더기지만 가방이 진짜 누더기야. 읽어야 하는 것도 많고. 게다가 구인 구직 광고가 실린 신문지도 있고, 한국지도도 있어. 맙소사.
판사는 또 어떻구. 증서에 결혼증명서에 임대계약서에 동의서에 매매계약서에 공소장에 주차위반딱지에 진술서에 소환장까지. 글씨는 또 얼마나 깨알같은지 정말 읽기 힘들어.
수탉도 양호한 편이야. '작고 빨간 암탉'이 지은 '수탉'이 시냐 노래냐 라는 것에 딸아이와 이견이 좀 있어서 그렇지. 난 시라고 누누이 설명해줬지만 딸아이는 노래라고 우기며 불러달라는 거 있지?
농부도 참을 수 있어. 씨앗 몇 개만 알면 되거든. 게다가 보너스가 있어. 심스 태백이 쓴 편지가 있거든. '부디 이 농부가 우리 모두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라는 당부가 담긴.
마지막 의문의 사나이는 누군지 얘기 안 할래. 그래야 직접 이 책을 읽어 보겠지? 실마리만 살짝 준다면 '깨끗한 물'과 독성없는 '안전 풀'을 써. 이것만으론 모자른다고? 그럼 작가가 직접 쓴 힌트를 줄게. '심심한 태백산이 떠오르는 이름', 이젠 알겠지?
어쨌든 의문의 사나이까지 오면 책은 다 읽은 셈이야. 그러니 절대 실수로라도 책장을 덮으며 뒷표지를 보여주지마. 잘못하면 잭이 추천한 16가지의 연장들을 딸아이가 눈치챌 수 있으니까. 대체 이걸 언제 다 읽어? 그러니 조심 또 조심!
* 실제로 '글'만 읽으면 노래 한 곡만 읽는 셈이에요. 하지만 꼴라쥬 기법으로 만들어진 책일 뿐 아니라 구석 구석 숨은 읽을거리가 많아요. 아주 대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