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날이 좋았다. 비온 뒤 모처럼 깨끗한 공기를 낭비할 수 없어 집을 나섰다. 아이들은 제 일정이 바쁘고 남편은 출근이라 다시 혼자 걷는 길이다.
2017년 04월 02일위치보기 〉
표지판에는 백로서식지라는데 검둥오리가 장악했다.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어 철새관찰이 가능하다. 작은 섬의 검은 꽃처럼 보이는 게 죄다 검둥오리다. 서호는 정조가 내탕금, 즉 왕실의 사비로 만든 축만제에 의한 농업용 인공저수지다. 누구는 세금으로 월 2천만원씩 올림머리를 하는데 썼는데, 정조대왕의 품격은 확실히 다르다. 덕분에 후손들은 국제 관개시설문 유산을 가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2017년 04월 02일위치보기 〉
서호천을 한참 따라가다보니 할아버지 한 분이 낫으로 풀을 베고 있다. 갸우뚱한 광경이라 뭐지 싶었는데 알고보니 이곳의 토끼 먹일 풀이었다.
2017년 04월 02일위치보기 〉
스탬프도 찍을 겸 화장실도 들릴 겸 해우재. 작은애 배변훈련할 무렵 놀러왔었는데 화징실 넓고 깨끗하기로는 최고다.
2017년 04월 02일위치보기 〉
지지대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으로 다리쉼을 하고 다시 걷자마자 지지대비가 나온다. 수원의 관문인데 조선시대에 정조가 이 고개에서 마지막으로 융건릉을 돌아보곤 했단다.
2017년 04월 02일위치보기 〉
산길 도중 느닷없이 서호천길이 끝나고 모락산길이 시작했다. 이제 수원이 아니라 의왕이다.
2017년 04월 02일위치보기 〉
삼남길 이야기를 누군가 고의로 파손했다. 이런 일은 처음 봐서 신고를 해놓자 싶어 사진을 찍고 돌아서보니 이유를 알겠다. 박근혜의 가장 큰 업적은 박정희 신화 깨부수기라는 우스개소리가 납득이 간다. 나도 신고할 생각이 없어졌다.
2017년 04월 02일위치보기 〉
모락산길은 두 갈래이다. 의왕도서관 방향은 시내일 거 같고 한참을 돌아가는 길이길래 통미마을로 왔다. 오매기마을에 접어들어서야 지도를 보고 깨달은 건 사근행궁터 스탬프를 못 찍었다는 거다. ㅠㅠ
2017년 04월 02일위치보기 〉
아무 생각 없이 걷다보니 의왕 산들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도로 삼남길을 만난다고 무턱대고 gps 좌표만 믿고 가다보니 등산로도 없는 산을 헤매게 되었다. 어찌어찌 우여곡절에 멀리 보이는 민가를 목표로 내려가보니 남의 집 마당에 내려가게 됐다. 내 맘대로 대문을 열고 나갈 수 없어 허락을 얻자 싶어 현관문으로 조심스레 다가가니 할머니 한 분이 먼저 문을 열고 나오셨다. 
길도 없는 뒷산에서 사람이 내려오는 걸 수상스레 보고 계셨나 보다. 사정을 듣고는 친절히 대문도 열어주시고 모락산길을 도로 만날 수 있는 빙향도 일러주셨다. 
무사히 모락산을 내려와 보니 다리가 후들거려 코앞의 전통찻집에 들어갔다. 손수 만드셨다는 진한 대추차와 가래떡구이로 점심을 대신 했다. 다육식물 작품을 파는데 하나같이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넘친다.
2017년 04월 02일위치보기 〉
뉘집 강아지가 자꾸 따라오며 길동무를 해준다.
2017년 04월 02일위치보기 〉
원래 여기까지만 걸을 작정이었는데 컨디션도 괜찮고 아직 시간도 이른 듯해 조금만 더 걷기로 했다.
2017년 04월 02일위치보기 〉
학의천과 청계천이 합류하는 다리다. 왼쪽이 청계천. 오른쪽이 학의천. 졸졸거리는 시냇물 수준이지만 청계천이 여기까지 오는구나 싶어 괜히 감동해본다.
2017년 04월 02일위치보기 〉
학의천을 따라오다가 나도 모르게 의왕에서 안양으로 들어섰나보다. 오후 4시 30분으로 걷기를 마무리한다.
2017년 04월 02일위치보기 〉
집에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하필 노선이 사근행궁터를 지나간다. 이건 운명이니까 어쩔 수 없이 내려서 스탬프를 찍었다. 
지금은 시청 별관으로 쓰인다는데 행궁을 복원하면 좋겠다.
2017년 04월 02일위치보기 〉
이왕 버스 내린 김에 골사그네까지만 더 걸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잠깐 물마시러 들렀던 의왕도서관에서 김소월 시화전을 구경하며 살짝 지체하는 바람에 해가 뉘엇뉘엇이다. 산길이 아닌 게 다행이다 싶지만 으리으리한 묘지가 사방이다. 뭘까 싶었는데 전주 이씨 집성촌이란다. 그래서 유심히 명패를 보니 정말 죄다 이가다. 어쨌든 지금 필요힌 건 스피드~
2017년 04월 02일위치보기 〉

에필로그
골사그네에서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데 아직 날이 밝다. 생각해보니 오늘 길 곳곳이 매화에 산수유에 진달래에 꽃잔디였다. 확실히 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