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e 2 - 처녀시절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구판절판


선생님께
선생님은 남의 집을 방문했을 때의 일을 써도 좋다고 했습니다. 나는 꼭 한 번 남의 집에서 잔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 겨울 메리 고모 댁에 갔었습니다.
메리 고모는 아주 꼼꼼하고 집안일을 잘 하는 분입니다. 첫날밤, 모두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을 때 나는 물병을 건드려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메리 고모는 그 항아리는 자기가 시집올 때 있던 것으로 아직까지 아무도 깨뜨리지 않았는데, 하고 말했습니다.
식탁에서 일어설 때 나는 고모의 옷자락을 밟아 스커트 주름이 다 뜯어져버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세면기에 물그릇을 부딪쳐 둘 다 금이 가 버렸고, 아침식사 때에는 찻잔을 엎어 식탁보를 흠뻑 적시고 말았습니다. 점심식사 뒤에 설거지를 하는 고모를 도와드리다가 접시를 떨어뜨려 깨뜨려버렸습니다.-122쪽

그날 밤 나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발목을 삐어 1주일 동안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습니다.
메리 고모가 조지프 고모부에게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살았어요, 그렇지 않으면 저 아이가 온 집안의 물건을 모두 부서뜨리고 말 거예요."
발목이 다 나았을 때에는 벌써 집에 돌아갈 때가 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남의 집에 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학교에 가는 것이 훨씬 더 좋습니다. 특히 에번리에 와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안녕.

바버러 쇼 드림.

* 오늘 겪은 소동이 메리 고모 못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바버러 쇼의 편지는 우울할 때 읽으면 딱 좋은 만큼의 파안대소를 할 수 있다.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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