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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내놔. 우리 아들 빨리 내놔라"
구속된 김지태 위원장의 노모의 통곡이 청와대 하늘을 뒤덮었다. 상경한 팽성 주민 50여명도 함께 울었다. 기자들조차 눈시울이 붉어졌다.
김지태위원장은 현재 구속된 상태다. 고향을 지키려던 것이 죄라면 죄다. 그의 노모인 황필순씨는 눈물부터 흘렸다.
"백명, 천명을 찾아봐도 우리 아들같은 사람은 없다. 80넘은 부모를 모시고 내 고향을 지키겠다는 사람을 왜 집어 넣어. 오늘 안풀어주면 대통령 사는데 날라서라도 갈거야. 내 고향 지키는 사람을 구속시켜 놓고 고향을 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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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민기자 |
| 주민대표 김지태 위원장의 어머니인 황필순씨가 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인 봉화마을로 내려가기 위해 터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도 임기가 1년이나 남았는데 말이다.
김지태 위원장은 대학 졸업 후 취직하라는 부모들의 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부모 모시고 농사를 지으며 고향을 지켜왔다.
"대추리에 와서 대추리 환경을 한번 둘러봐라. 어디 인간의 탈을 쓰고 있으면 누구도 눈 뜨고 못봐. 내 땅을 지키고 산다는 게 뭐 잘못된 것이라고 집어 넣어"
김 위원장의 노모는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목놓아 "지태야"를 연신 불렀다.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원회와 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16일 오전 청와대 앞 구 정부청사 앞에서 '일방적인 미군기지 확장사업 중단과 주민대표 김지태위원장 석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민들은 기자회견에서 “대화를 하자 해놓고는 주민대표를 구속하는 정부에 직접 따지기 위해 올라온 것”이라며 “정부는 그동안 보상금만 타내는 이기 집단으로 매도해온 것부터 주민들에게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더 늦기 전에 정부가 결단하라. 더 이상 늦기 전에 폭력을 거두고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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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민기자 |
| 문정현 신부의 청와대 앞 단식 11일째인 16일 오전 미군기지확장반대팽성대책위 주민들과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창성동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방적 미군기지 확장사업 중단과 주민대표 김지태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
주민들은 △평택미군기지 확장사업 중단 및 전면 재협상 △김지태 위원장 등 구속자 전원 석방 △대추리, 도두리 일대 군부대와 경찰 철수 △군사시설보호구역 철회 및 평화농사 보장 △6월 18일 3차 범국민대회 보장 등을 요구했다.
대추리 새마을지도자 신종원 씨는 "전쟁이 지나간 후에도 이 정도로 참혹하지는 않았다”고 입을 열었다. 신씨는 “대추리 이장이 구속되었다”며 “고향을 지키고 부모, 자식과 함께 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분인데 내 땅을 지킨다고 했는데 그마저도 안된다고 구속시킨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신씨는 “대통령께서 직무를 마치고 고향 땅으로 가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대추리, 도두리 주민 수 천명을 쫓아내는 마당에 그 분 한 명만이 직무를 마치고 고향에 가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대추리의 한 주민은 “노무현 대통령이 광주에 가서 5.18기념식할 자격이 있느냐”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인권탄압을 받고 고향 땅을 들어가는데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들어가야 하는 게 민주주의 국가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하면 주민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정치할 줄 알았다”며 “과거 군사정권보다 몇배 탄압한다. 국민도 없는 정부가 민주주의 국가인가”라고 거듭 비난했다.
미군기지 확장예정지인 팽성 주민들은 정부가 기지확장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채 강행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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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민기자 |
| 가로막는 경찰 앞에서 주민들이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평화바람 오두희 집행위원장은 “주민의 소리는 하늘의 소리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함께 지키자는 소리다”라며 “황새울이 우는 피눈물을 닦아 달라, 함께 해달라”고 요청했다.
독일월드컵으로 온나라가 시끌벅적하다. 팽성주민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한편으로는 한국팀이 승리하기를 바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패하기를 바라고 있다. 월드컵으로 인해 평화적 생존권이 묻힐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철조망이 쳐져 있는 들녘을 바라보며 한숨 속에 살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미군기지 확장예정지 대추리, 도두리 주민 50여명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청와대를 향해 3보1배를 시작했다. 1보는 생명과 평화의 땅인 팽성을 지켜내지 못한 참회이고 2보는 미군기지 확장사업을 강행한 노무현 정부와 윤광웅 국방부장관의 회계를 촉구하는 절. 3보는 무관심한 시민들의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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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민기자 |
| 단식 중인 문정현 신부를 만나고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주민들이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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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민기자 |
| 가로막는 경찰 앞에서 주민들이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주민들의 3보 1배는 3번하고 막혔다. 전경들은 청와대로 향하는 이들의 길을 가로막았다. 주민들은 1시간 30분가량을 전경 앞에 앉아서 정중하게 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평택 범대위 관계자들과 경찰간에 논의가 진행되었지만 ‘3보 1배 불가’ 입장을 견지하면서 주민 15명씩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1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소까지 지지방문만 허용했다.
한편, 평택 범대위는 오는 18일 3차 범국민대회를 평화적으로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신용철 기자 psyc@ngotiem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