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waits > 눈물 나는 '대추리의 전쟁'

 

 월요일 땡땡이, 화요일 휴강, 수요일 선거. 딱 일주일만에 학교에 갔더니, 나를 기다리는 반가운 소식. '대추리의 전쟁' 상영과 팽성대책위 분의 강연이 6시부터 있단다. 원랜 뒷시간 수업 예습;;이라도 좀 하려고 일찍 갔는데, 마침 시작 시간이라 횡재한 기분으로 정보과학관 시청각실로 갔다. 6시 정각인데 처음에는 나 말고 한 명밖에 없어 좀 뻘쭘했지만 다행히 드문드문 나타난 사람들로 자리가 채워졌고 10분 남짓 뒤 영화가 시작됐다.

 늦게나마 평택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찾아본 자료들과 '들이 운다'를 읽으며 알게 된 이야기들 외에 그다지 새로운 내용은 없었지만, 확실히 영상은 힘이 세다. 미군기지 확장과 관련한 대추리 상황이 2005년 2-3월의 지장물조사 투쟁부터 지난 5월 4일의 대추 초등학교 침탈까지,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으로 나뉘어 시간 순으로 담겨 있고 중간중간 주민들의 모습과 인터뷰가 담겨있다.

 주민분들의 인터뷰가 나올 때는 마치 잘 알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라도 되는 양 마음이 짠 했고, 평화대행진과 지장물조사 대추 초등학교 침탈 등의 충돌에서 오열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며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책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던 것과는 또 다르게, 참담한 저항의 몸짓을 담은 영상은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왔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이런 걸 보면서도 보상 운운하는 것들은 대체, 참 아연해졌다.

 침탈 이후 철조망이 쳐지고 군인과 전경들이 상주하기 시작하며 나온 소식 중에, 가끔씩 떠오르면 정말 속이 뒤집힐 것 같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여전히 그러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범국민대회가 있던 날 황새울을 저공비행하는 헬기에서 내내 애국가를 울려댄다는. 무슨 심리전도 아니고 정말이지 유치하고 저열하고 쪼잔하고 그지같은... 사람 미치고 팔짝 뛰게 하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미군기지 이전 결정 이후 수십 년 이웃하며 사이 좋던 주민들이 토지수용 동의 여부에 따라 하루 아침에 철천지 원수가 되고, 오십 년 전 거지 취급 받으며 쫓겨난 설움을 뼛속 깊이 묻어두고 낮에는 뻘을 개간해 논을 일구고 밤에는 도와가며 움막집을 지으며 살아오신, 이제야 좀 살만해진 어르신들이 편하게 돌아갈 날 기약도 없이 다시 그 옛날 이야기를 눈물로 꺼내야 하는 그 곳에서 울려퍼지는 애국가라니.

 숙연한 가운데 영화 상영이 끝나고, 대추리 인근 신대리에 사신다는 팽성대책위 분이 강연을 시작했다. 자못 엄숙해진 분위기를 바꿔보려는지, 좋은 일도 많았는데 영화 찍은 감독이 우울한 사람이라 우울한 이야기들만 많았다며.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까지 스무 명 남짓 되었을까, 주최한 평택지킴이 친구들의 발랄한 웃음과 호응에도 불구하고, 강연자는 조금은 조심스러워하는 느낌이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지지의 마음을 표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주장과 요구가 온전히 이해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마음 한 켠에 있었던 건 아닐까.

 이미 다 끝난 일인 양, 언론에서도 잘 다루지 않고 있지만 정말 이제부터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만에 하나, 정부의 계획대로 미군기지 확장이 추진되더라도 얼마 전 알려진 무건리 훈련장 소식처럼... 분명 또다른 사건들은 계속될 것이다. 기지가 문제가 아니라 미군이 문제고, 어쩌면 미국이 아니라 우리가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겨먹은 것들은 내내 그럴 것이고, 그렇다면 결국 현실은 다른 방향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바꿔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2006년 푸른영상의 첫 영화!
<대추리의 전쟁>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동안 5월 13일 인권영화제 상영을 시작으로
5월 14일 황새울영화제 등 두 번의 상영을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무수한 오해 속에서
씹히고 짓밟혔던
대추리의 진실과 함께 해주십시오.
상영신청은 02-823-9124, docupurn@docupu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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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상영예정 일시
_상영장소(연락처 및 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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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의 전쟁’ 소개
* 작품규격 : 다큐멘터리 / 비디오 / 50분
* 제작년월 : 2006년 5월
* 제 작 : 푸른영상
* 연 출 : 정일건
* 조 연 출 : 김준호
* 제작기간 : 2005년 2월 ~ 2006년 5월 (1년 3개월)

* 시놉시스
평택 미군기지 대규모 확장이 추진되면서, 예정지인 팽성읍 농민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행사를 벌인다. 보상과 도시에 대한 유혹으로 마을의 분위기는 흉흉하지만, 주민들은 이웃과 땅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다.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팽성을 찾아오는 사람도 점점 늘어난다.

* 연출의 변
2005년 3월 나는 평택을 찾았다. 미군기지확장예정지인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는 평택에서도 외곽에 위치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대추초등학교로 가는 길, 창 밖에는 평야가 보인다. 누구는 200만평이라고 하고, 누구는 300만평이라고 했다. 그곳에 미군기지가 들어선다고 했다. 평야는 따뜻한 봄기운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슬퍼 보였다. 그래, [들이 울고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투쟁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갈등하는 주민들을 만나고, 서로 싸우게 되는 주민들도 만나게 된다. 그 와중에 하늘에서는 미군의 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300미터 정도 떨어진 곳, 미군의 가족들은 대추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구경하곤 한다.

미군은 왜 평택에 새로운 기지를 건설하려고 할까? 주민들의 일상은 야만적 폭력에 의해 점거당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들은 새로운 일상을 건설하고 있는 중이다. 데모하는 대학생들이 싫었다던 주민들은 이제 그들을 이해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활동가들은 대추초등학교에 모이고 있다.

나는 그곳에서 희망을 안고 걷고 있다.


 

푸른영상 홈페이지 http://docupurn.org/webbs/view.php?board=docufree&id=15625&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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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2 16: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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