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레인에 허물어지는 대추 분교
"그래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현장] 미군기지 이전부지 강제대집행 종료... 대추 분교도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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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최경준 정옥재 이민정 박상규 손병관 김연기 기자
사진 : 권우성 남소연 기자
동영상 : 김도균 문경미 이민호 기자


valign=top 4일 오전 6시 50분 대추리 상황 / 문경미 기자
valign=top 4일 오전 9시 40분경 평택 대추리 현장 / 오마이TV
valign=top 경찰 대추리 진입, 공병대 철조망 설치 / 오마이TV
valign=top 경찰 대추분교 접수 후 학생, 노동자 연행 / 오마이TV

▲ 대추분교 옥상 농성자들이 모두 내려온 직후 국방부는 굴착기 2대를 동원해서 대추분교 철거작업을 시작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대추분교가 포크레인에 의해 산산히 부서지자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이 오열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종신 - 23신 : 오후 5시55분]

군과 경찰의 '환상적 결합'... 대추리의 봄날은 잔인하고 길었다


▲ 대추분교 창문에 그려넣었던 팽성읍 주민들의 초상화가 깨진채로 바닥에 일그러져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군과 경찰의 '환상적 결합'을 보여준 5월 4일이었다. 대추리의 봄날은 잔인하고 길었다.

대추분교 옥상에서 마지막 농성을 벌이던 문정현 신부 등이 모두 내려온 시간, 지평선이 보이는 대추리 황새울 평야에는 높이 1.5m, 총 길이 29km의 철조망이 세워졌다. 비명과 고함, 그리고 붉은 피 범벅으로 아수라장이었던 대추분교에는 잠시 고요함이 찾아왔다.

군인들은 평화롭게 논에 쇠말뚝을 심었다

4일 대추리 들녘에서 경찰과 군이 벌인 작전은 '환상적 결합' 그 자체였다.

국군 공병대가 29km 철조망을 세우는 동안 주민과 범대위측의 저항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우려와 달리 군은 '더없이 평화로운 상황'에서 철조망을 설치했다. 군 수송헬기가 하늘에서 철조망을 내려주면 군인들은 논에 벼가 아닌 쇠말뚝을 심었다. 그리고 말뚝과 말뚝 사이에 철조망을 능숙하게 연결했다.

이런 작업은 경찰의 토끼몰이식 진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찰의 진압 작전은 인해전술을 통한 고립이었다. 총 1만여 명을 동원한 경찰 병력은 그 자체로 위협적이었다. 대추리 주민과 학생·노동자 등 1천여 시위대는 죽봉을 들고 격렬히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경찰 병력은 손쉽게 대추분교를 포위했다. 저항하던 모든 시위대는 작은 분교에 고립됐다. 학교 밖의 시위대는 거의 없었다. 이렇게 경찰이 대추분교를 물 샐 틈 없이 포위하고 있을 때, 평야에서는 철조망 설치 작업이 시작됐다.

윤광웅 국방장관이 3일 기자회견에서 "절대로 군과 주민이 충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어쨌든 그 말은 지켜졌다. 대신 경찰과 시위대가 대추분교에서 격렬히 충돌했다.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후송된 시위대가 오후 4시 현재 100여 명이 넘는다. 경찰쪽 피해자도 속출했다. 시위대와 경찰 모두 정확한 부상자를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경찰은 용역업체 직원들과도 손발이 척척 맞았다. 경찰이 무력으로 공간을 확보하면 용역업체 직원들은 재빨리 투입돼 주변을 정리했다. 300여 명에 달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은 대추분교의 비닐하우스를 순식간에 철거했다. 또 이들은 10여 명씩 조를 이뤄 주민들의 집에 들어가 짐을 들어냈다.

▲ 대추분교가 포크레인에 의해 산산히 부서지자 이를 지켜보던 할머니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마무리 즈음 나타난 손학규 지사... 군-경찰, 서로 칭찬

▲ 대추분교의 깨진 유리창 너머로 학교를 장악한 경찰병력이 보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상황이 거의 종료되던 오후 3시30분께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모습을 보였다. 손 지사가 대추리를 찾은 건 이날이 처음이다.

손 지사의 모습이 보이자 군과 경찰의 고위 간부들이 반듯하게 경례를 하며 상황을 보고했다. 군의 한 장성은 손 지사에게 "오늘 경찰이 보여준 작전은 아주 훌륭했다"며 경찰을 추켜세웠다. 이에 경기도 경찰청 정보과의 한 관계자는 "역시 대한민국 군인들의 일사분란함은 눈부셨다"고 화답했다. 손 지사는 "끝까지 불상사 없이 잘 마무리 하라"고 당부했다.

대추분교는 여전히 경찰병력이 에워쌌다. 새벽 4시부터 실시된 작전으로 경찰들은 모두 피곤한 모습이다. 공동체 생활 터전이었던 대추분교, 그리고 넓은 들을 내준 60·70대 주민들은 이들 경찰에게 "너희들, 이게 사람이 할 짓이야? 너희들 그러고도 잠이 오고 웃음이 나와!"라고 절규했다.

그러나 지금 이들 주민의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은 대추리에 거의 없다.


▲ 4일 오후 대추분교 옥상에서 국방부의 강제집행에 항의하며 농성을 벌이던 문정현 신부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며 사다리를 통해 옥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2신 보강 : 4일 오후 5시35분]

옥상 위 농성자 13인 내려오다... 대추 분교 철거작업 돌입


부상 130여명, 연행 348명

이날 국방부의 강제집행으로 발생한 부상자는 130여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 평택소방서에 따르면, 이들은 평택 시내와 안중 성심병원 등 6개 병원에 흩어졌다.

또 시민단체와 학생, 주민 등 오후 4시까지 집계된 연행자는 총 348명이다.
옥상 위에서 끝까지 버티던 성직자와 의원 13명이 오후 5시 대추분교 2층 옥상에서 내려왔다. 이에 따라 경찰의 진압상황은 모두 종료됐다.

경찰은 대추분교 운동장에서 주민과 기자들까지 모두 몰아내고, 곧 건물 철거작업에 돌입했다.

11시간 동안 2층 옥상에 있었던 문 신부는 지팡이를 짚은 채 1층 지붕을 타고 힘겹게 내려왔다. 그는 '왜 내려올 결심을 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연행자 문제를 전부 해결해주는 조건으로 농성을 풀었다"고 밝혔다.

임종인·천영세 의원을 통해 청와대의 연행자 선처 약속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정현 신부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국방부는 미군기지 이전확장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지만, 우리는 정말 반대한다, 해서는 안된다"며 "우리의 투쟁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날 경찰의 강제집행에 대해 "총만 안 들었지, 광주사태와 다른 게 뭐가 있느냐"며 "동서남북으로 경찰이 꽉 찼다, 주민 안전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날 대추리 주민 한 명이 초상을 당한 것을 예로 들며 "우리 정부는 예의도 없냐, 초상난 동네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문 신부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 "우리가 당했다, 국방부는 대추분교를 접수했고 철조망을 다 쳐버렸다"며 "그렇다고 주민 마음도 빼앗을 수 있겠나,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오늘을 계기로 대국민 할동을 더 활발하게 해 나가겠다"며 "2층 옥상에서 다른 사제들과 하루 종일 그 얘기만 했다"고 덧붙였다.


▲ 7일 대추분교를 장악한 경찰이 건물에 남아 농성중이던 시위대를 연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4일 오후 대추분교에 진입한 경찰이 2층에서 농성중인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강제연행하려하자 일부 대학생들이 창문틀을 잡고 강제연행에 저항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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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2006-05-15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부터 잠을 못잔 날이었습니다...
평소 낮에는 컴을 잘 안켜는데요.. 이날만은 특별히 ^^;;
살짝 옆에서 보던 선진이의 질문에 응답을 해주는데
마로와 함께 있었던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러니 선진양
"마로가 너무 보고싶네.."

조선인 2006-05-15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선진이가 마로를 기억하는군요. 귀여워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