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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배우는 동양사상:불교편
심백강 / 통진출판사 / 1994년 5월
평점 :
품절
이야기 철학 시리즈와 혼동하신 분이라면 실망하겠지만
불교에 관심있는 이(혹은 신자)라면 두런두런 이야기 듣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런데 신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엉뚱하게 읽혀지는 대목이 있다.
옛날에 어리석은 사람이 흑설탕을 삶고 있다가 귀한 손님이 오자 얼른 대접 하려고
불은 끄지도 않은 채 부채질을 하여 흑설탕을 식히려 했다고 한다.
아래쪽 불을 끄지 않으면 부채질을 아무리 해도 식힐 수가 없는 것이니,
타오르는 번뇌의 불을 끄지 않으면 아무리 고행을 해도 열반에 이를 수 없는 법이라 일러준다.
내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세상의 번뇌가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수행만 한다 해서 나의 구원이 찾아올리 없는 법.
내게 번뇌를 주는 원인을 확 꺼버리는 게 능사.
삼보일배를 하고 촛불집회를 하고 바다 속에 뛰어들고
그것으로도 모잘라 폭력시위를 한다는 비난을 받더라도,
죽어버린 사람을 위해, 죽고 싶은 사람을 위해,
현장에 뛰어들어 WTO의 불을 끄기 위해 싸워야 하는 법.
일단 불을 끄는 일을 성공해야 비로소 수행을 시작할 수 있는 법.
바깥의 불길을 내버려둔 뒤 수행을 시작해야 헛것이라는 명문으로 보이니
뭐 눈엔 뭐만 보인다는 우스개 소리를 문득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