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구 광화문의 시멘트 부재는 언제봐도 징그럽다.
마침 탑골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기획전이 있어 즐거이 관람했다. 연암 박지원, 간서치 이덕무, 북학파 박제가, 상인 서상수, 발해고를 지은 유득공, 거문고를 잘 타던 홍대용, 노가재연행일기를 지은 김창업, 무사 백동수, 그리고 서얼들까지 평생의 스승이자 벗으로 사귄 왕손 이서구까지 백탑파의 면면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대리석으로 만들어 흰 빛의 원각사지십층석탑 주변인 탑동과 대사동 주변에 모여 살았기에 스스로 백탑파를 자처했고, 누구는 규장각에서 누구는 장용영에서 문과 무로 정조를 보필했다.
마침 내가 걸은 길이 수표교 등 백탑파가 노닐던 곳이라니 감회가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