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호랑녀 > 출판... 두번째 뒷얘기

 

 

 

 

 

시리즈로 쓰는 건 아니고, 그냥 빠진 얘기가 있어서요.

네 개 정도의 스토리가 좋겠다고 처음에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외로운 아이들 네 명이 등장했죠.

민주는...

엄마 아빠가 무지 바쁜 집의 외동딸입니다. 제가 학교에 있을 때, 저랑 참 친하던 한 친구가 모델입니다. 혼자 침대에 앉아서 벽보고 얘기하고 있었더니 엄마가 들어와서 '너 언제부터 교회다녔니?' 하더랍니다. 기도하는 줄 알고...

하승이는...

위로 형이 있고, 아래로 늦둥이 여동생이 있는 아이입니다. 짐작되시죠? 집안의 머슴이죠. 제 딸 준희가, 딱 내 얘기네! 라고 하더군요. 사실 이 아이의 모델이 되었던 아이는... 6남매를 둔 집의 남자아이였습니다. 성격 진짜 좋은 아이인데, 찬바람이 불 때도 맨발에 반바지, 샌들을 신고 왔더라구요.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늦잠자서 옷이 없어서...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길레 제가 무지 예뻐하던 아이였죠.

진우는...

사실은 제 아들놈의 얘기입니다. 혹시 장애가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운동신경이 둔하죠. 정말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연습해도 실전에 들어가면 오히려 더 못하는... 그것때문에 콤플렉스도 많고(아직두요), 친구 사귀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조금 과장된 면도 있지만요.

그리고 마지막 안나 이야기는...

예전에 제가 만났던 아이입니다. 미국 입양아인데, 대학 입학하자마자 한국에 왔더라구요. 입양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엄마를 찾아 만났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 대해서 갈등이 많았습니다. 몇 명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갑자기 입양아 얘기가 너무 생뚱맞다는 평을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항상 외로움 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안나가 떠올라서 도대체 물리칠 수가 없었습니다.

초고의 마지막은 안나의 편지로 맺었습니다.  엄마를 향한 편지였습니다. 낳아준 엄마.

그런데 결국 그 부분은 수정했습니다. 수정에 제일 큰 역할을 했던 건 제 아들놈이었는데, 4학년짜리 아들놈이... 안나의 감정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편지를 쓰면서 울었는데... 그건 어른의 감정이었나 싶어서 결국 수정했죠. 이 책의 대상은 아이들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원본 편지는 버리지 못했습니다.

아마 책을 안 읽으신 분은 잘 이해하지 못할 내용이겠습니다만, 그래두 버리기 아까워서 여기다 수정하기 전의 생모를 향한 편지를 올리렵니다.

  나를 낳아주신 분께

  안녕하세요? 저는 안나에요. 한국에 있을 때는 은혜라고 불렸는데, 그 이름은 고아원에서 지어주신 건지 아니면 나를 낳아주신 분이 지어주신 건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지금은 안나입니다.

 

  6살 때 미국으로 입양되어 온 후, 처음으로 이번에 한국에 가게 되었어요. 계획보다는 조금 빨라진 거예요. 엄마와는 대학에 다닐 때 꼭 가보자고 얘기했거든요. 그런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알게 된 한국 친구들이 저를 초대해줬어요. 한국에 관한 숙제를 하면서 알게 된 친구들인데, 그중 민주라는 친구의 엄마가 제가 사는 곳에 출장을  오신대요. 그래서 가는 길에 저를 한국으로 데려가 주시기로 한 거죠.

 

  제가 한국에 가면 민주의 집에 묵으면서 친구들과 함께 한국 여행을 하기로 했어요. 농사를 짓는 진우 할아버지네 집에도 가 보고, 또 다른 친구들과 캠핑도 갈 거예요. 제가 한국학교에서 배우던 사물놀이를 제대로 하는 공연도 볼 예정이에요.

 

  처음에는 제가 입양아라는 얘기는 안 했었어요. 그 얘기를 하면 ‘입양되었을 때 기분이 어땠어?’ ‘네 부모님은 잘 해주시니?’ 등등을 물을 게 뻔하거든요. 그런데 막상 한국에 가려니 어차피 알려질 일이어서 사실대로 말했어요. 그랬더니 민주 엄마가 저에게 저를 낳아주신 분을 찾고 싶으면 돕겠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저를 보고 싶으세요?

 

  저를 길러주신 미국의 엄마 아빠는 참 훌륭한 분이에요. 사람들 말처럼 사랑이 넘치는 분이죠. 어제 어디에서나 생김새가 전혀 다르게 생긴 저를 보고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고 말씀하시고 항상 저를 자랑스럽게 얘기하시죠.

 

  그런데 저는 가슴에서 태어난 게 참 싫었어요. 다른 아이들처럼 나도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고 싶었어요.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다면 엄마 아빠처럼 생겼을 테니까요. 그러면 사람들이 자꾸 다시 쳐다보고 엄마에게 이 아이는 누구냐고 묻지 않을 테니까요.

 

  내 기억에 한국에서 살 때는 별로 착한 아이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고아원 기억뿐이지만요. 그렇지만 미국에 와서는 항상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엄마는 내가 너무 착해서 마음이 아프대요. 그래도 난 항상 불안했어요. 착하지 않으면 또 버림받을지도 모르니까요.

 

  엄마는 내가 버림받았던 건 아니라고 말씀하셔요. 함께 살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나를 맡긴 거라구요. 어떻게 다른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아마 당신(한국학교 선생님들은 어른에게 당신이라고 부르는 건 옳지 않다고 하셨어요. 그렇지만 제가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엄마’는 아니잖아요?)을 만난다면 그것을 제일 먼저 물어볼 거예요. 함께 살 수 없는 사정이 어떤 것이었는지······. 원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좋은 엄마 아빠가 있으니까요.

 

  이번에 한국에 갈 때는 내가 자랐던 고아원에 가 보고 싶어요. 그러나 아직 당신(죄송합니다)을 만날 준비는 안 되어 있어요. 제가 더 훌륭한 모습으로 자라서 찾을게요. 그래야 당신도 나도 모두 기쁠 테니까요.

 

  그래도 이 말은 꼭 하고 싶어요.


  나를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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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9-29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사보세요. 알라딘 호랑녀님이 내신 책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