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진주 > 맨발 산책길



방학 첫날. 윤이와 영이는 일 년 간 벼르고 벼루던 맨발 산책길 1km 대장정길에 서다.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잔잔한 모래섞인 황토흙을 깔아놓은 <맨발산책 전용로>.



"오메, 나죽네!" 벚나무의 시원한 그늘이 잠시 벗겨진 곳-가뜩이나 뜨거운데 오르막이다. 얼른 통과하고 보자는 윤이-엉덩이를 쑥 내민 채 허둥지둥 왕자님 스타일 다 구긴다. 영이는 아직 발바닥이 보드라운지 조금 걷더니 맨팬한 콩크리트 경계석 위로 걷는다. 나도 처음엔 시원하더니 나중엔 발바닥이 얼얼한게 감각이 없다.



중턱에 나무그루터기 의자가 있다. 이만큼 반가운게 또 있다냐? 영이가 낼름 앉는다. "이잉, 발바닥에 불나는 거 같아. 아파 죽겠어!" 형한테라도 엄살을 늘어놓는다. 엄마는 개의치않고 사진이나 찍는다. 메렁~



좌로는 숲이요, 우로는 호수라! 사잇길로 맨발로 걷는다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우리곁으로 오리유람선 한 척 유유히 떠간다. "엄마, 우리도 저거 타요. 네?" 오리배는 짠순이 엄마에겐 안 통하는 이루지 못할 영이의 희망사항이었다.



드디어 맨발산책로가 끝나고 발을 씻는다. 발씻는 돌세수대야 정말 좋다 그지?



으메 션한 거 으메 존거! 차가운 물로 발을 씻으니 날아갈 듯 개운하다. (윤이는 아직 발등까지 벌겋다)



신발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신의 폭신한 안락감에 꿈길같이 걸어 야은 길재 선생 유적지에 갔다. 채미정 입구에 선 <회고가>시비 앞에서 윤이는 아는 걸 최대한 동원해서 시조에 실린 시대적 배경을 영이한테 전수한다. '우리 히야는 우짜면 이래 아는 것두 많으까?' 영아, 부러우면 너도 책 읽으렴, 지발 부탁이야..



채미정을 둘러보고 숲 속을 거닐다 보니 배가 고팠다. 감자옹심이 칼국수-칼국수 주제에 왜 이렇게 비싼겨?(4500냥)하고 버럭버럭 화냈던 적이 있지만 먹어보면 과히 예술의 경지라고나 할까 홍홍..감자로 빚은 옹심이와 감자면이 쫄깃쫄깃한게 맛이 기가 막히다. 김이 술술 나도 두 녀석이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다음에 또 오자"라는 약속을 하며 돌아섰다. 방학 첫날은 이만하면 제법 보람있었는데 앞으로 남은 날들은 과연......ㅡ.ㅡ;

/050721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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