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돌이 > 태안반도 여행 - 둘째날, 안면도

어제 너무 피곤해서인지 아침에 일어나니 9시다. 주인집 부부는 출근하고 아이들 둘은 방학이라 캠프가고 손님은 우리 뿐이고.... 우와 죽인다. 이 집 전체가 우리꺼다. 사실 이번 여행의 백미는 이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멋진 집이다. '금빛솔여울에든 가오름'이란 멋진 이름의 이 팬션은 이층은 주인집이고 1층이 4개의 방을 마련해 여행객들을 맞고 있다. 동네 가장 구석 바다 끝에 있어 정말 조용하고 아침에 까치소리와 갈매기소리에 잠을 깬다. 나가면 소나무 향이 온몸을 감싸고 가꾸지 않은 듯 잘 가꾸어 놓은 정원이 정감있다. 서양식 건물과 서양식 테라스형 목조마당, 그러면서도 정원의 가꾼 품새는 한국 정원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네도 있고...(사실 이 그네는 아빠가 더 좋아해서 아침 나절을 아이 둘과 여기서 다 보냈다.)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다 맨발로 집 마당을 뛰어다니고 마당에서 식사하는 호사를 누려본다. 반찬은 미역국에 김치뿐이지만....일단 들어오면 나가기 싫은 집....(에고 너무 멀고 주변에 편의시설 하나도 없는게 단점이지만 그런거야 없으면 어떠랴? 없으면 없는대로....)


금빛솔여울에든가오름 - 헥헥~~~ 외우기도 힘든 이 집 이름이다.


이 집의 입구 - 참 예쁘다.


이 그네가 있어 예린이와 해아는 더 즐거웠다. 나도 우리집에 이런 그네 하나 있었으면....^^


온 집안을 오전 내내 맨발로 뛰어다니며 쿵쾅거리는 아이들 - 가끔은 이런 포즈도 잡아준다.


정원에서의 아침식사 - 반찬은 김치와 미역국뿐이지만 식당은 최고급이다. 내가 언제 이런 호사를 누리겠냐? 마음껏 즐기자.


엄마~~ 감자가 뜨거워~~


언니 몰래 언니가 몇 개먹고 잠시 놔둔 과자를 훔쳐먹는 해아


언니는 당연히 "내꺼 니가 먹었으니까 이거 내꺼할래" 아직 뜯지도 않은 해아의 새과자를 냉큼 집어가고, 해아는 "해아꺼야, 해아꺼야~~" 난리가 났어요.


드디어는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며 우는 해아, 하지만 엄마라고 별수 있나? 훔쳐먹은 네가 잘못이지. 이런 싸움의 경우 엄마 아빠는 그냥 내버려 둔다. 그러면 보통 떼쓰다가 안 될 것 같으면 둘이서 알아서 해결한다. 이번에는 떼쓰는 해아가 좀 안됐던지 결국 언니가  해아의 봉지에서 몇개의 과자를 끄집어 내는걸로 양보해줬다. 근데 해아는 기분이 좋아졌으나 지가 알아서 양보해놓고도 그게 몹시 속상했던지 예린이가 울먹 울먹.... 결국은 엄마품에 안겨 말없이 닭똥같은 눈물을 흘린다. 이럴 때 우리 예린이 진짜 불쌍해 보인다.

오후 1시나 되어서야 집을 나섰다. 안면도 쪽으로 가기로 했다. 안면도는 섬이지만 원래는 섬이 아니었단다. 조선 시대에 서해 지역의 세곡을 운반하기 위해 태안반도의 허리를 잘라서 세곡선이 드나들 물길을 만드는 바람에 섬이 되어버린거지. 그걸 지금 사람들은 다리로 다시 이어놓은 것이다. 태안반도와 안면도를 이어주는 다리에 도착해보니 규모가 장난 아니다. 그 시절에 이정도 물길을 만들려면 이 지역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사에 동원되었을지....
먼저 방포항에 들러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방포수산 회센터에 들르니 오마니나~~ 회 너무 비싸다. 부산에서 먹던 간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냥 주변 식당에 들어갔는데 메뉴가 끝내준다. 아니 가격이.... 해운대에 직장이 있는 서방 왈 "무슨 놈의 가격이 관광특구보다 더하냐?" 그래도 제일 싼 굴밥을 시켰는데 1인분에 9,000원이다. 이 동네 간 작은 사람 밥 못먹겠다. 게다가 맛도 별로다. 음식솜씨 없는 내가 해도 이보다는 낫겠다. 그 뒤로 쭉 다녀본 결과 이 동네 음식값 장난아니다. 다녀본 중 최고다. 그나마 마지막 날에 태안읍에서 기사식당 가서 먹은 밥이 제일 싸고 제일 맛났다. (고로 음식사진은 없다. 조개구이를 먹을까 했지만 전에 먹어본 결과 애들 데리고 그것도 피곤에 지친 애들 데리고 갈데는 아니었다. 물론 맛은 무지 좋았지만....)
별로 유쾌하지 않게 점심을 먹고 해안도로 따라 쭉 안면도를 돌았다. 여기는 해수욕장이 줄지어 있는데 정말 이름들이 너무 예쁘다. 꽃지 해수욕장이야 잘 알려진곳이지만 그외에도 바람아래, 밧개, 샛별, 파도리 해수욕장 등 한글이름들이 정겹다.
먼저 꽃지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그나마 사람들이 좀 많다. 여전히 서해는 서해다. 그래도 밀물때라 좀 해수욕장 같은 분위기가 난다. 하지만 동해나 해운대쪽처럼 고운 모래가 아니라서 우리집 애들은 좀 들어가기가 겁나나보다. 그래도 파도가 약하고 잔잔해서 괜찮은데....꽃지 해수욕장에서 할미 할애비 바위쪽으로 바다 사이에 길이 나있기에 거기 바다에 들어가 한시간 정도를 놀았다. 아이들은 양쪽으로 바다가 갈라져 있는게 신기한가보다. (할미 할애비 바위 역시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있는 전설을 비슷하게 간직하고 있다. 신라시대 승언장군이란 사람이 전쟁터에 나가자 그를 기다리던 그 부인이 그대로 바위가 되었다는....)


꽃지 해수욕장의 할미 할애비 바위 - 이곳 너머로 지는 석양이 일품이란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못봤다.


여기서 놀려면 옷부터 갖추고....

다음 안면도 자연휴양림 -들어서자 마자 소나무 향기가 진동을 한다. 이곳의 소나무는 조선시대에는 왕실 건축 전용으로 지정되었던 것들이다. 이런 곳에 오면 나는 그저 돗자리 깔고 누워 책이나 들고 보다가 그대로 낮잠이 들었으면 싶은데... 이놈의 아그들이 나를 허용치 않는다. 어쨌든 그래도 꿋꿋하게 소나무 숲에서 한숨을 돌리고 아이들을 위한 일정, 롯데 오션 캐슬로 갔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에서의 아이들 - 모처럼 예쁜 사진이 하나 나왔군...

이곳에 노천 선셋 스파를 이용하기 위해서.... 사실 난 애들 데리고 다니면서 처음으로 수영장이라는데를 가봤다. 온천도 마찬가지고.... 근데 이게 생각보다 재밌다. 글구 수영복 입는 것도 생각만 할 때는 참 민망할 것 같았는데, 막상 가보면 아무도 나 신경안쓰고 나도 아무도 신경안쓴다. 롯데 오션캐슬의 야외 노천 선셋 스파는 꽃지 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어 꽃지 해수욕장의 일몰을 바로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꽤 유명해진 곳인데 평일이고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니어서 예약없이 바로 이용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만 4세 이전까지는 공짜라 어른 두명 요금만 내면 되니 가격도 다른 아쿠아월드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 규모는 크지 않으나 아이들용의 풀장도 있고 어른들을 위한 노천탕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 한 때를 보내기에는 괜찮다. 애들은 죽으라고 풀장에서만 놀려고 하고 어른 둘은 온천이 너무 좋고... 결국 적당히 타협해서 번갈아 오가며 놀다.(역시 온천이 더 좋은 걸 보면 나도 나이든게야...) 거의 3시간을 놀고나니 지치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 저기 아프고 쑤시던 곳이 훨씬 낫다. 멀리가기 싫어서 여기 한식당에서 비빔밥과 해물탕을 시켜 밥을 먹었는데 무지하게 비싸다. 비빔밥 15,000원, 해물탕 13,000원 눈 튀어나온다. 근데 맛은 괜찮고 게다가 양이 엄청나다. 미리 알았더라면 해물탕 하나 시키고 공기밥만 따로 시켜도 충분했을텐데.... 애고 돈 아까워....놀때는 그리도 신나더니 밥상에 앉으니 잠오는지 예린이가 밥먹으면서 존다.

노천 선셋 스파의 모습, 우리집 카메라 방수 안돼서 안들고 들어갔다.


또다시 멀고먼 길을 돌아 숙소로 돌아와 애들 재우고 우리는 맥주 한캔씩을 나눴다. 여기까지 와서 애들도 자고 주변 풍경 죽이고, 게다가 조용하기까지... 딱 둘이서 연애하는 기분으로 폼잡기 좋은데 잠와 죽겠다. 폼이고 뭐고 그냥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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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랑 2005-07-22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몰랐는데 안면도에 수련이 가득한 못이 있다고 하네요..
승언1저수지 라는데. 승언1리에 가면 저수지가 있는데 거기 수련이 가득하다고 해요
책에서 보긴했는데..
저두 안면도에 그런게 있는지 몰랐는데 조선인님 혹시 가시거덜랑 한번 들려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