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훌쩍 넘긴 사촌오빠가 그제 돌아가셨고, 오늘이 발인이다.

가보지도 못 하고 친정오빠편에 부조금을 보냈고 

오늘 아침 새언니와 짧디짧은 전화 한 통을 한 뒤 출근한 마음이 영 언짢다.


월북하신 둘째 큰아버지의 하나뿐인 아들이었지만 오빠는 꽤 그럴싸한 인생을 살았다.

취직은 글렀기에 둘째 큰어머니를 도와 일찍부터 장삿길에 나서 경제적으로는 꽤 성공했고,

가정도 일찍 꾸리고 딸 하나 아들 하나 애들도 일찌감치 시집장가 보내고,

지금은 손주까지 여럿 두었으니 밖에서 보기에는 참 평탄한 가정이었다.


그런데도 오빠는 늘 술독에 빠져 살았다.

나이 오십이 넘어 술 때문에 풍이 와서 반신을 못 쓰게 되었는데도 술을 못 끊었고,

몇 년전부터는 휠체어 없이 거동을 못 했는데도 술을 못 끊었다. 


그런 오빠를 새언니는 참 무던히도 견뎌냈다.

말이 워낙 없고 늘 무표정하고 살가운 성격이 아닌 새언니를 난 어려서 좀 어려워했는데,

그 한결같은 성격 때문에 오빠와 무탈하게 평생을 지내고 지금은 가는 길을 지켜주나 싶어 고맙다.


이제 오빠는 평생 얼굴도 모르면서 그리워하고 원망했던 아버지를 만났을까.

저 세상이 있다면 오빠가 지금쯤 큰아버지와 술 한 잔 기울이고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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