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감상을 쓰면 되니까... ㅎㅎㅎ 전 서점이 배경으로 나오는 영화 중 뭐니뭐니 해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오드리 헵번의 "Funny Face"입니다. 뿔테안경에 촌스러운 옷차림의 서점 직원 오드리 헵번. 사진작가가 재미난 얼굴을 가졌다는 이유로 찍은 사진이 계기가 되어 유명한 모델이 된다는 흔해빠진 신데렐라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제가 오드리 헵번을 좋아할 뿐 아니라 워낙 흥겨운 뮤지컬이라 아끼는 영화이지요. 특히 모델이 되보지 않겠냐고 사진작가가 꼬시고, 이를 오드리가 튕기는 장면에서 서점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 책장 사이 사이를 누비며, 춤추고 노래하던 장면이 기억납니다. 안타깝게도 구글을 검색해봐도 그 이미지가 없네요. 오드리의 모델 사진만 있고... 쩝...

배우를 내세운 그냥 그런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던 영화입니다. 우연히 최근에 TV에서 보게 되었는데, 남자주인공은 평범한 여행전문서점 주인이죠. 유명 영화배우인 여주인공이 터키 여행 서적을 사기 위해 들림으로써 처음 만나게 됩니다. 다양한 카메라 앵글, 특히 출입 불가의 사유 정원(나중에는 공원) 장면에서 2차례 시도되는 클로즈업->풀샷->버드아이샷이 인상적이었을뿐인 영화입니다. 영화가 별로였음에도 불구하고 꼽은 건 좀 웃긴 이유인데... 여주인공이 산 터키 여행 서적의 제목은 뭘까, 덤으로 얹어준 책은 과연 무엇일까, 무엇보다 따우님은 어떤 터키 여행 서적을 가지고 있을까 영화 보는 내내 궁금해 했다죠. ^^;;

제게 있어 최고의 로드무비입니다. 제가 꼽는 최고의 여성 버디무비중에선 3번째구요. (첫번째는 Fried Green Tomato, 두번째는 Baghdad Cafe) 대학교 2학년 때 블레이드 러너를 처음 보고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열렬한 팬이 되었습니다. 과 학술제도 블레이드 러너를 중심으로 진행했구요. 마침 그 다음해 스코트 감독의 신작 영화가 개봉하길래 열일 제쳐놓고 보러 갔더랬지요. 그랜드 캐넌의 광대한 사막 속에 빛나는 두 여인의 거침없음에 홀딱 반했더랬습니다. 아마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지막 장면 - 빨간 스포츠카를 몰고 절벽아래로 날아가던 두 여인의 굳게 잡은 손을 잊지 못할 겁니다. 아이다호같은 끈적끈적함이 없어 더 좋아했습니다. 참, 로드무비님은 바그다드 까페도 좋아하는 로드무비로 꼽으셨더군요.

모던 타임즈는 엄밀히 말하면 로드 무비가 아니죠. 하지만 찰리 채플린의 영화는 늘 길 떠나는 장면으로 끝나기에 결국 모두 이어 길고긴 로드 무비가 되버린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 영화를 꼽는 건 유일한 해피엔딩이기 때문입니다. 늘 혼자 길 떠나던 찰리가 이 영화에서만큼은 사랑하는 여인과 팔짱을 낀 뒷모습을 보여주기에, 참 행복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2때 찰리채플린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영화 중 상당수를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 참 큰 행운입니다. 당시 군복무중이던 오빠와 토요일 밤이면 찰리 채플린을 보기 위해 심야영화관에 갔더랬지요. 참 그리운 추억입니다. (참, 군인인 오빠와 주말마다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건 오빠가 투스타 운전병이었기 때문입니다. 본대보다 우리집이 투스타 집과 가까우니까 집에서 출퇴근을 하도록 시키더군요. 덕택에 남보다 편했던 건 있지만, 과외 금지시절에 투스타 자제분들 성적 떨어질까봐 전전긍긍하던 오빠가 불쌍하기도 했지요.)

우리나라 로드무비중 제일 기억남는 건 "고래사냥"이랑 "젊은 날의 초상". 고래사냥은 제가 좋아하는 세사람, 김수철씨, 이미숙씨, 안성기씨가 동행이라는 점만으로 푸욱~ 빠졌더랬지요. 그러고보니 요새 김수철씨는 왜 계속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궁금해요. 얼마전 7080 콘서트에 나왔다는 건 알지만, 평소엔 뭐하시죠? 신작 소식이 전혀 없는데... 그리고 젊은 날의 초상에선 정보석이 눈속을 헤매는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또 제가 좋아하는 배종옥씨가 나오기도 했구요. 로드무비님 이벤트에 응모할 땐 멍청하게도 배종옹씨가 아니라 이미숙씨라고 적었었다죠. 사람 이름 제대로 못 외우는 것도 불치병입니다 그려.

그런데 우리나라 영화중 책방 장면이 뚜렷한 건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없네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정도? 아... 그런데 외국 영화중에서 빼먹은 건 확실히 떠올랐어요. 네버 엔딩 스토리!!! 그 영화의 부작용으로 지금까지도 헌책방을 가면 뭔가 신비로운 책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가슴을 두근거린다죠. 괜시리 층층이 쌓여있는 책중 맨 밑에 깔린 걸 꺼내보겠다고 뒤지다가 책탑을 도미노처럼 줄줄이 무너뜨려 혼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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