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알러지가 있는 저로선 화장품이나 향수는 먼나라 얘기입니다. 그 여파인지 영 꾸미는 쪽에 재주도 없고요.

그런데 저와 달리 우리딸은 공주병 기질이 심각합니다. 툭하면 전신거울 앞에 서서 넋을 빼는데, 자기 뺨을 쓰다듬어가며 "아이 이뻐, 아이 귀여워" 자화자찬하는 양이 우습지요. 게다가 어디서 보고 배웠는지 화장하는 흉내도 제법 그럴싸합니다.

어제는 비 때문에 하루종일 집에 갇혀 지내다 보니 심심몸살이 난 마로. 온집안의 서랍을 홀딱 뒤지며 남아도는 힘을 과시하더니, 어디선가 매니큐어를 찾아냈습니다. 호옷, 나한테 매니큐어도 있었나 의아해했는데, 더욱 놀라운 건 딸아이가 매니큐어를 발라주겠다며 달겨든 겁니다. 저의 양손과 양발에 모두 떡칠을 해놓고 흐뭇해하는 마로.

딸아이의 놀이감으로 전락하는 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흑... 우리집에는 매니큐어 지우는 게 없다는 심각한 문제가... 주말이라 약국도 죄다 놀고... 지각이냐 아니냐 하는 간당간당한 시간싸움에 오늘 아침에도 약국을 들리지 못하고... 출근해보니 편집기 하나가 또 말썽이라 점심도 거르고 컴 앞에 붙어있다 보니... 제 손톱은 지금껏 이 지경입니다.


이렇게 제가 평화로운 일상을 수다떠는 지금, 김선일씨는 한발한발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라크의 아이들은 엄마의 매니큐어를 가지고 장난칠 수 있을까요? 하루빨리 비야만적인 전쟁이 종식되길 희망합니다. 그에 앞서 우리 정부의 파병철회 결단이 필요하겠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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