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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수의 성좌 1
아키노 마츠리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워낙 이 작가의 만화는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지만, 이 만화는 보다 특별한 흥미를 자극합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판센 라마 11세 사건을 다룬 게 아닐까 추측되기 때문이죠.
티베트 불교에서는 달라이 라마(첫번째 지위)와 판첸 라마(2지위), 카르마파(3지위) 등의 고승은 죽으면 다시 환생한다고 믿습니다. 고승의 사후 49일 이내에 수태된 아이들이 선택되어, 몇 차례의 의식을 거쳐 그중 환생한 소년을 결정하여 새로이 추대하지요.
현재의 달라이 라마 14세는 티베트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1959년부터 인도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난 1989년 티베트에 남아있던 판첸 라마 10세가 사망해버렸습니다. 티베트 망명정부와 중극은 각각 환생조사를 시작하여 달라이 라마 14세는 겐둔 최키 니마를, 중국은 걀첸 노르부를 판첸 라마 11세로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겐둔 최키 니마는 곧 중국 당국에 구속되어 그 소재를 알 수 없으며, 중국은 걀첸 노르부의 초상화를 전 티베트에 배포하면서 그에게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판첸 라마 11세가 2명이라는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달라이 라마 14세의 사망 이후 벌어지게 됩니다.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는 한쪽이 죽으면 다른 한쪽이 환생을 찾아 인정하는 관계입니다. 즉 1935년생인 고령의 달라이 라마 14세가 사망하게 될 경우 중국측 판첸 라마 11세가 달라이 라마 15세를 인정하게 되며, 이는 곧 티베트의 자치가 불가능해짐을 뜻합니다. 티베트에서는 최고종교지도자가 곧 최고정치지도자이기도 하기에 꼭두각시 달라이 라마 15세를 통해 강력한 중국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죠.
티베트내 중국의 공작을 저지하기 위한 방책으로 지난 2000년에는 카르마파 17세까지 인도로 망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 14세의 사후 카르마파 17세가 판첸 라마 11세를 대신해 달라이 라마 15세를 세울 경우, 중국쪽에서 정통성을 문제시할 수 있기에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만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며, 현실세계의 문제이기에 더 참혹한 일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