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NASA에서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도 쓸 수 있는 볼펜을 만들기 위해 수백만달러를 들여 개발한 뒤, 러시아에서는 무슨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물었더니 러시아는 그냥 연필을 쓴다고 응수했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스페이스 볼펜을 개발한 건 나사가 아니라 피셔라는 발명가였고, 이 볼펜은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시중에도 판매되고 있다.
각설하고, 이 우스개의 핵심은 뭘까? 비웃음의 대상은 정말 미국일까? 혁신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우스개의 놀림거리는 러시아가 된다. 변화하려 하지 않고 정체하는 러시아, 삽질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신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미국이 대비되는 것이다. 혹은 개발에 실패할까봐 두려워하는 러시아와, 먼 훗날의 성공을 위해 지금의 실패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는 미국을 비교할 수도 있다.

2.
우리가 늘 상사에게 듣는 잔소리가 있다. 해석을 하지 말고 해결을 해라! 이 전투적인 구호는 드라마 '온 에어'에도 나왔는데, 송윤아의 대사에 찔끔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말이다. 어째 이 구호는 '하면 된다'의 뉘앙스가 강하다. 어떤 과제가 주어졌을 때 그 현상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원인을 끝까지 파헤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방법이 있으며, 각각의 방법에는 어떠한 효과와 부작용이 있는가 숙고하고 연구하는 직장인이 과연 이 땅에 얼마나 있을까? 빨리빨리 돌격이라는 기치 아래 상사가 가장 선호할 만한 해결책을 선택하여 보고하는 게 대개의 현실이며, 이 과정에서 혁신의 관점은 사라지고 오로지 비용과 시간의 문제만 검토된다.

3.
다국적 물류회사인 페덱스는 1:10:100이라는 법칙을 주장한다. 최초 불량요인을 발견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데 1의 비용이 든다면, 이를 은폐했다가 장애가 발생하면 10의 비용이 들게 되고, 만약 고객불만으로 이어진다면 100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를 혁신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혁신과제를 추진하는 비용이 1이라면, 현실에 안주하다가 경쟁사를 따라잡는데 10의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떠나버린 고객을 다시 잡으려면 100의 비용이 필요하게 되어, 마침내 그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뱀꼬리)
비용이 한 푼도 안 벌면서 혁신적이며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서비스 있으면 제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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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30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9-09-30 20:06   좋아요 0 | URL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 저 때문에 불편 드려 죄송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