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의 답사 일정 중 첫날을 일찍 마무리하고 진천 부모님댁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아버님, 어머님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다음날에는 교회를 가야 하기 때문에 모셔다 드린 것.
뭐, 덕분에 숙박비 예산을 아낄 수 있었다. 

전날 아버님이 일러준 길을 옆지기가 찾지 못해 둘째날은 네비게이션을 믿고 이동했는데,
35번 국도를 타고 가다 네비게이션이 알라주는 신길 대신에 구길로 박달재 고개를 올랐다.
신길 탓인지 박달재 꼭대기의 휴게소는 한적하여,
휴게소를 지키는 사람들도 장사보다 수다를 더 반길 정도였다. 



'울고 넘는 박달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데, 박재홍 선생의 원곡인 듯 했다.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임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 비에 젖는구려~'
옆지기가 뜻밖에도 막힘없이 노래를 따라 불러 내가 놀랐고,
내가 이 노래가사를 모른다는 것에 옆지기가 놀랐다. 

제천에서는 박달재를 제천 10경 중 2경으로 꼽았는데,
혹시 35번 국도 다닐 일이 있으면 이왕이면 구길로 넘어가 박달재 휴게소를 들리길 추천한다.
박달과 금봉이의 설화를 모티브로 하여 다양한 조각이 꾸며져 있고,
이곳에 들른 한 노부부가 조각상마다 그 앞에서 포즈를 따라하며 사진을 찍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다정한지 옆지기와 나는 무척 샘을 냈더랬다.
부끄러움으로 차마 사진을 못 찍었는데, 뒤늦게 아쉬워 후회한다. 



아이들과 물레방아도 구경하고, 공원에서 태권도 놀이도 하고 한참을 놀다가
역시 매점인 줄 알고 생각없이 들어간 곳이 참 야릇했다.
찻집 겸 절 겸 김취려 장군 역사관... 그리고 주지스님 겸 찻집주인 겸 관장...
머뭇거리는 우리에 비해 이 분은 무척이나 진지하셨고,
김취려 장군의 명복을 빌기 위해 북을 울리라고 아이들에게 시켰다. 





하다 못해 북 치는 것에도 아이들의 기질 차이는 확연히 나타난다.
가장자리에 서서 살그머니 북채를 갖다 대고 냉큼 도망치는 마로에 비해,
해람이는 정중앙을 있는 힘껏 내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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