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검수를 하다가.

명가의 맛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종가집을 찾아다니며 그 집 전통의 맛을 배우는 건데,
어째 자랑으로 내놓는 음식을 보면 하나같이 그 재료가 극히 단순하다.

가령 포천 면암선생댁의 녹두해장죽.
재료는 달랑 녹두와 쌀과 소금으로 끝.
그런데 들여다보면 그 수고로움은 경이롭다.
녹두도 쌀도 손수 기른 것이요,
녹두를 따서 까불고(이거 표준어가 뭐죠?) 푹 삶아 채로 거르고 또 거르고,
완성된 녹두물에 미리 불려둔 쌀을 넣어 젓고 젓고 또 젓는 게 모두 종부의 노고다.
게다가 오로지 소금 하나 만으로 숙취에 찌든 남정네의 입맛을 맞춰야 하니
그 섬세함도 상상이 가지 않는다.

스타일이니 데코레이션이니 떠들어가며
온갖 향신료와 초호화 재료와 각종 요리기구 구입을 강요하는 각종 요리 프로그램보다
선비다운 검소함과 부지런함으로 종가의 맛을 다스리는 '명가의 맛'에 시선이 꽂히는 건 나뿐일까.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8-03-25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서 불리고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2008-03-25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5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5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8-03-26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불린다는 뜻이 아니라 껎질을 일일이 벗기는 과정을 얘기하는 건데요.
속닥님, 까부르다가 표준어는 맞는데 사전하고 뜻이 달라서요.
또 속닥님, 희생의 강요라는 건 맞지만, 지나치게 화려해진 현대의 레시피를 얘기하고 싶었던 거에요.
또 속닥님, 그러니까 우리 집에선 키질을 안 할 때도 까부른다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자신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