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 누나야! 삶과 사람이 아름다운 이야기 2
우메다 슌사쿠 그림, 오가사와라 다이스케 글, 김난주 옮김 / 베틀북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일년 내내 감기 한 번 안 걸리는 누나와 달리 해람이는 참 자주 골골댑니다.
겨울 들어서는 내내 감기를 달고 사는데다가
크리스마스 전후로 편도선염이 아주 심해서 마로는 완전 뒷전이었습니다.
오죽 했으면 1주일에 한 번 오는 책 대여 프로그램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지난 주말에 보니 가방이 3개나 쌓였는데, 그 중 단 1권도 읽어주지 못했습니다.
마로야 혼자서도 찾아 읽는 아이지만, 잠자리책 1권 못 읽어준 게 삼주라는 사실에 가슴아팠어요.
그런데 12권이나 밀린 책 중 마로가 유독 찾는 책은 이 책이더군요.
제목만 보고 오누이의 우애에 관한 책이려니 하며 넘겼는데,
막상 읽어주다 보니 중증장애인 누나를 둔 동생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는 누나가 건강했던 시절 얘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 때가 정말 좋았지."라고 얘기하는 엄마의 눈에는 언제나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습니다.
나는 그런 엄마의 눈을 슬쩍 훔쳐보며 일부러 큰 소리로 구구단을 외며 걸었습니다.
그러면 엄마도 덩달아 "삼이는 육!"하고 외웠습니다.
그러다가 엄마가 갑자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언제까지 옛날 얘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다이스케, 우리 힘내자."
나도 "네!"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 담담한 이야기를 보고 이런 사실성은 예사로 나오는 글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책의 마지막 쪽에는 누나가 건강했을 때 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과
나쓰코와 다이스케의 엄마 아빠가 남긴 글이 실려 있었습니다.

가족은 역시 한 집에 모여 살아야 가족이라며,
누나를 장애아 보호 시설에 보내는 대신 십 여 년을 같이 이겨낸 가족의 이야기.
동생의 묵묵한 고백이 주는 감동은 따스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힘을 보여줍니다.
제가 그 가족에게 전할 수 있는 건 무얼까요?
다이스케의 마지막 부탁이 고작일까요?
"다이스케, 힘내!"라고 말해주는 것?
아뇨, 제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가 더 있더군요.
이 책을 구매하는 것, 이 책의 리뷰를 써서 알리는 것.
이 리뷰는 쿨쿨 잠이 든 마로와 해람이를 보며 안도하는 제 어리석은 마음의 고해성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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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8 0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8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1-08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참, 우리는 남의 불행으로 나의 행복을 가늠하는 나쁜 습관이 있지요.ㅠㅠ
'제 어리석은 마음의 고해성사'라는 말에 감동했어요.

마노아 2008-01-0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보고도 울컥! 했어요. 저도 이 책을 구입해 읽어야겠습니다.

조선인 2008-01-09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참 비겁하고 나쁜 마음이에요. ㅠ.ㅠ
마노아님, 네, 추천입니다.

털짱 2008-01-10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조선인님, 조선인님과 님의 옆지기 그분과, 우리 사랑스럽고 이쁜 마로양과 해람군의 건강하고 행복한 2008년을 기도합니다.

올한해 더욱 행복하시고 마음 속에 간절한 바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님이 있는 알라딘을 사랑합니다.

2008-01-10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8-01-10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청님, 딸아이 그림책 덕분에 이 나이에 조금이나마 착해지는 거 같아요.
털짱님, 이렇게 가슴 설레게 하시다니.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속닥님, 쫓아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