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대학 동창과 그녀의 딸과 맛있게 밥먹고 즐겁게 공연보고 돌아가는 길... 계엄령이 떨어졌다. 가짜 뉴스가 아닌 걸 확인한 뒤 물밀듯이 밀려오는 기억... 청와대로 향하는 탱크와 장갑차 행렬, 휴교령, 저녁만 먹어도 나갈 수 없었던 야간통행금지령의 강화, 3 이상만 모여도 해산하라고 위협받고, 유치원 꼬맹이들도 군인만 보면 벌벌 떨던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온다고???
계엄령을 한밤의 해프닝으로, 코미디로 치부하고 풍자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는 건, 잔인한 군부독재의 시절에도 목숨 바쳐 싸웠던 이들이 길을 내고 침목이 되어 철로를 만드고, 우리 모두를 태울 수 있는 기차를 만들고, 누군가는 신호수가 되어 기차를 안내하고 있는 덕분이다. 어쩌면 우리 대부분은 그들의 희생 위에 민주주의의 기차에 무임승차한 프리라이더일 뿐이다. 우리가 내밀 수 있는 승차권은 기차가 탈선하지 않게 제대로 운전할 수 있는 똑똑한 운전수를 뽑는 의무와 권리이다. 부디 내가 탄 기차가 얼마나 값비싼 희생을 치른 핏빛이라는 걸 잊지 말자.
2-3시간 눈 붙인 뒤 출근했다가 광화문집회 가고 용산까지 행진하느라 잊고 있었는데... 공연은 즐거웠다. 명불허전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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